'은하계 아내별 통신' 이목윤

이목윤시인 7번째 시집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향한 그리움-슬픔 시로 토해내
유년시절 이야기-6.25참전 경험 등 엮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에게 끝없는 통신을 시도한다.

그리움과 사무침이 깊게 배인 애절함이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목윤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은하계 아내별 통신’(오늘의 문학사)이 발간됐다.

지난 2014년 ‘영혼의 반짇고리’ 출간 후 4년 만의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여섯 번째 시집을 내고 역사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쓰는 도중인 2015년에 부인이 하늘로 떠난 것이다.

그 충격으로 1년여를 허송하다가 2017년에 소설을 종결짓게 된다.

곧바로 시집을 엮으려 애를 썼으나 시들시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고통이 다가왔지만 그 원인조차 알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부인 옆으로 가고 싶어 생긴 병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집을 꾸렸다.

시집은 그동안 기회가 되지 않아 발표하지 못한 고향의 유년 이야기를 비롯해 근래 틈틈이 적어온 부인을 기리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시인은 은하계에 있는 아내별과 끝없는 통신을 시도한다.

함께 늙어가는 단꿈을 방훼하며 어느 날 불쑥 찾아온 폐암진단은 시인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폐암과의 사투로 갑자기 쇠락하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절망하며 슬픈 시간을 혼자 보냈다.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시인은 아직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내를 담아둔다.

그리고 전화기를 꺼내 아내와 통화를 한다.

시인은 연작시 ‘은하계 아내별 통신’을 통해 천국의 아내와 화상통화를 한다.

그리움이 차고 넘치면 이르지 못할 곳이 없듯이 화상통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다음 생에 만나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한다.

사무친 그리움은 아내의 별자리마저 우주과학에 맞춰 좌표를 설정한다.

‘이 날개옷의 전파로 당신이 영혼을 깨웠고/ 화면을 보내는 영상이에요/ 그럼 당신이 별이 되었다고요?/ 그럼요/ 은하계 백조자리 남남동 3경 99연 8치 5번/ 3등성으로 반짝이고 있어요/’(은하계 아내별 통신 중에서) 시집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조국에 대한 마음도 담아냈다.

시인은 6.25 전쟁 직후 육군 중위로 훈련에 참가하던 중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신체는 일그러졌지만 민족의 아픔과 개인적 슬픔이 한 편의 시로 발전돼 왔다.

‘산하에 포성은 아직 울고/ 치유 불능의 귀는/ 탄피를 쏟아내는 이명으로 울고/ 살고 싶냐고 물으면 죽고 싶다고/ 죽고 싶냐고 물으면 살고 싶다고/ 목 놓아 울던 세월/ 어머니 몰래 죽고 싶었던 세월/ 어머니 자궁 속에 숨었다가/ 다시 만들어지고픈 자화상’(진혼곡 울어 지친 65주년 중에서)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이목윤 시인은 시심이 천심이라 했다.

이것은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이 시인의 사명이란 결론에 이른다”며 “앞으로도 은하계에서 반짝이는 아내별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이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용서와 화해의 씨를 더 많이 뿌리길 믿는다”고 밝혔다.

시인은 “2019년을 맞아 집에만 갇혀있어야 하는 환자의 세월도 부절없이 흘러가고 있다”며 “시집을 낼 때마다 낯설고 가슴 설레면서 몇쯤 어쭙잖은 감이 있지만 문우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1964년 문예가족 동우회로 문예활동을 시작했고, 1992년 첫 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를 비롯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다.

단편소설 ‘비둘기자리별’, 역사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와 함께 한국전쟁문학상, 전북문학상, 목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