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나의 방식으로 풀어보았다.

원룸은 그렇게 많아도 수요가 있고, 카페나 커피숍은 그렇게 많이 생겨도 손님들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같이 생각을 해 본다.

선사 새대 때 사람들은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을 쳐다보고 그 위에서 밥도 해 먹었을 것이다.

최초의 집, 동굴에서 집의 중심은 모닥불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현대인의 집의 중심은 TV이다.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TV 화면을 바라본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남자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불을 쳐다보면서 밖에서의 긴장감을 풀었다고 한다.

불을 쳐다보는 시간은 사냥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최소 30분은 멍하게 TV를 보아야 정신 모드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TV 보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집에서 TV를 많이 보시는 남편들이 들으면 좋아하실 이야기이다.

원시 시대 때의 모닥불은 현대에 와서 거실의 TV와 부엌의 가스 불로 나누어졌다.

음식을 하는 불이 부엌으로 이동하면서 현대인은 거실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고, 그 거실에는 불의 흔적으로 TV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사람이 사는 모습은 수천 년의 시대가 지나가도 그 형식이 조금 바뀔 뿐 그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구성이 좀 작아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일하고 집에서 가족 단위로 쉬는 형식은 똑같다.

그래서인지 건축도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실상 잠자고, 밥해 먹고, 싸기 위한 공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경제와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의식이 강해지고,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욕망이 커져 온 것은 있다.

따라서 주거 공간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사적인 공간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집에서 방 하나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는 발전했지만 국토 면적이 작아서 공간적으로 제한이 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지만 실제 개인 주거가 그 사적인 공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 전에는 부모와 함께 산다.

그래서 친구를 편하게 집으로 불러오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거실이 없기에, 부족한 거실을 대체해 줄 카페가 많이 생겼다.

카페는 우리의 파트타임 거실인 것이다.

외국에는 커플이 집에서 빨래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데이트를 한다.

어려서 독립하기 때문에 이런 풍속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집이 작거나 부모와 사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시간당으로 빌리는 모텔이 그 역할을 해 준다.

이처럼 개인의 욕망과 공간의 부족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시장 경제는 노래방, 비디오방, PC 방, 룸살롱,원룸 같은 방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독립하는 청년들로 인해 원룸은 계속 수요가 있다.

우리의 밀폐적인 방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방을 좋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욕망과 공간적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 낸 해결책으로서의 결과물이다.

/주)라인 종합건축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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