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때 직원 고용 명분
노른자땅 지킨뒤 자광 매각
완주 이서 신한방공장 이전
9개월만에 조업중단의 길로

완주군 이서면 (주)신한방 공장으로 이전한 대한방직 전주공장이 지난 3월말 조업중단 사태로 인해 가동이 멈춰 있다./이원철기자
완주군 이서면 (주)신한방 공장으로 이전한 대한방직 전주공장이 지난 3월말 조업중단 사태로 인해 가동이 멈춰 있다./이원철기자

전주 최대 ‘노른자위 땅’인 서부신시가지 대한방직㈜ 전주공장을 떠나 생계를 이어오던 직원(직공)들이 지난달 31일 이주 공장의 조업중단 사태로 끝내 길거리에 나앉았다.

지난 2017년말 신시가지 대한방직 전주공장이 ㈜자광에 매각되면서 폐쇄 수순을 밟은 뒤 완주 이서 ㈜신한방 공장으로 이주했다가 이곳마저 조업중단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한방직 전주공장의 모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대부분 실직자 신세로 전락했고, 이들에 대한 고용 유지 대책이 가동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2일 대한방직과 신한방 직원들에 따르면 완주 이서면 ㈜신한방 제2공장에서 생활하던 대한방직 직원 66명중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3명의 직원들이 조업중단과 함께 지난달 말 해산되는 사태를 맞았다.

당초 서부신시가지 대한방직 전주공장 직원은 112명에 달했다.

이들 직원들 가운데 46명은 서부신시가지 전주공장 부지가 ㈜자광에 매각되면서 1차로 일자리를 잃은 상태였다.

나머지 66명의 직원들은 대한방직과 ㈜신한방과의 임대 계약에 따라 지난해 7월 1일부터 완주 이서면 공장 생활을 계속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신한방 공장으로 옮겨온 직원들은 9개월여 동안 조업을 지속해왔지만 30% 이상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사실상의 ‘공장 폐쇄’ 수순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날 현재 이서 신한방 공장에는 공장장을 비롯한 3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

이주한 직공들이 떠난 뒤 향후 몇 년간 공장을 유지하려는 본사 방침에 따라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대한방직 전주공장의 폐쇄는 국내 방적(섬유)산업의 불경기와 무관치 않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대한방직 전주공장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수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방직은 전주공장 매각을 계기로 그 동안 쌓여있던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호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신한방 공장에 남아 있는 김영석 대한방직㈜ 전주공장장은 “그 동안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주시 등 행정기관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누적된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매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직공들에 대한 위로금이나 장기근속자 퇴직금 보전, 복지제도에 따른 회사 지급금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이서 신한방 공장에서 생활하던 대한방직 전주공장 직원들과 이미 일자리를 잃어버린 신시가지 공장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 줄 실질적인 장치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공들을 제3자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진만 침체에 빠져 있는 도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누군가 이들의 생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대한방직도 불어나는 적자 해소를 위해 ㈜자광 측에 공장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에게는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여론이다.

최근 몇 년새 전주의 ‘노른자위 땅’인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모든 무게중심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전주공장 직원들의 생계 문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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