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선 '첫눈의 끝말'

150여편 '통증이···'등 산고 과정 겪어
다양한 형태 시형-매끄러운 서술 재미
저자의 시를 쓰는 마음의 고통 담겨

최재선의 시집 ‘첫눈의 끝말’이 발간됐다.

지난해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를 발간한 지 1년 만이다.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가 주제가 있는 연시였다면 이번 시집은 ‘살다 보면 살다 보면’을 주제로 내걸고 치열하게 써왔다.

한 해 동안 쓴 시 가운데 150여편이 ‘풀어써야 할 시’, ‘통증에 등 기대고’, ‘거꾸로 쏟아지는 비’, ‘첫 눈의 끝말’, ‘피로 연구 중’, ‘늘봄 세탁소’, ‘짝 양말’, ‘우리 입고 있는 옷’, ‘꽃의 처신’, ‘지나온 마을에 왜망실 있었네’, ‘길’ 등의 섹션으로 구분돼 수록됐다.

평설을 쓴 강기옥 시인은 “최재선 시인은 평범한 일상을 수채화적 기법으로 가볍게 터치해 문학적 담론으로 승화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며 “시의 최종목표를 종교적 실존으로 맺기 위한 과정의 노력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아프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만일 시를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지 죽음에 골몰했을지 모른다고 한다.

때문에 시는 저자에게 새벽이며 생애 그 자체다.

멎지 않은 심장이며, 지혈되지 않는 혈관이다.

이런 연류로 저자는 이번 ‘첫눈의 끝말’이 끝말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의 끝말을 이엄이엄 잇고 있다.

저자의 이런 행보는 게재된 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시 ‘개꿈’에서는 로또가 당첨돼 헌금도 하고 차도 한 대 뽑았다.

하지만 시를 쓰기는 이제 글렀다.

시는 배고프고 춥고 아파야 나오기 때문이다.

개꿈이지만 꿈인 게 다행스럽다.

시 ‘통증이 고요히 말 건넸다’는 시를 쓰는 시인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온 몸이 쑤시고 찢어지는 것이 열 때문인 줄 알았건만 자음과 모음으로 엮인 통증이 원인이었다.

고요한 빛으로 넌지시 말은 건네는 것은 몸의 통증이 아닌 마음의 통증인 것이다.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아프다는 저자의 고백이 쉽게 수긍된다.

강기옥 시인은 “시를 쓰지 않으면 아플 만큼 시와 더불어 사는 최재선 시인은 그동안이 내공이 철학적 사유를 동반한 유려한 작품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며 “전편에 흐르는 문학성과 예술성, 다양한 형태의 시형과 매끄러운 서술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축복받은 시인이다. 기도로 응원해주는 가족과 독자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며 “ 때문에 나는 곁이 든든하고 영혼이 갑부다. 제 시 밭이 목정밭이 되지 않게 열심히 갈아엎겠다”고 말했다.

시집 ‘잠의 뿌리’, ‘마른 풀잎’,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가 있으며 수필집 ‘이 눈과 이 다리 이제 제 것이 아닙니다’, ‘무릎에 새기다’, ‘아픔을 경영하다’ 등을 발간했다.

해양문학상, 올해의 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한일장신대 교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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