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정치 철학가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대한 확고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바로잡는 기회를 만나는 획기적인 프레임을 선사하고, 나아가 그들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한다.

때론 정의라고 하는 것 자체가 가지는 오류를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라는 것이 일부 사람들이 가지는 단편적이 사고일 때도 있음을 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판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의란 각 사람이 가지는 가치관에 따라 정의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의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불의가 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가치관이 그 의미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슬람권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명예살인’이 그들에게는 정의를 위한 의로운 일로서 때론 법정에서도 그들에 대한 재판이 관대하다.

명예살인은 가족에게 ‘수치(羞恥)’를 가져다 준 사람에 대하여 나타나는 피비린내 나는 가족 구성원을 향한 반응이다.

현재에도 남부 아시아인과 중동의 아랍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불명예는 옷을 입는 문제, 직업선택에 대한 가족의 반대, 공동체 밖의 사람과의 결혼 등이다.

이러한 가족논쟁은 가족들이 서로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않는 것으로 끝을 맺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명예를 위한 살인, 즉 가족에게 수치, 불명예를 가져온 사람은 살해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자들로 공동체 혹은 가족 안에서 남자들에 의해 살해된다.

그러나 종종 여자 형제, 사촌 심지어는 어머니가 살해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영역 밖에 사람들은 종교를 빙자한 무자비한 살인에 불과한 것으로 비인격적인 끔찍한 일일 뿐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를 들었을 수도 있지만 각 사람이 가지는 가치관에 따라 정의라는 의미 자체가 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MB시절 MB를 쥐박이라고 조롱하고, 박근혜 시절 박근혜를 닭근혜라고 조롱하고, 문재인 시절 문재인을 문재앙이라고 조롱하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는 대통령 당선되면 한 달만 좋고, 나머지 세월은 국민적 조롱 속에서 세월을 보내야 하는데 그런 대통령을 왜 하려고 기를 쓰고 하는지 나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도자를 패러디하는 것이 아니라 경멸하고 조롱하면 자신도 그 대접밖에 못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달라질까”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언어는 인격’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다.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되어있는 SNS에 지나치게 개인신상 털기나 악플을 통한 공격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통해 잘못됨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본다.

“언어(言語)는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이다. 상대방의 언어를 통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늠하게 하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성품, 인품, 지식, 사상 나아가 직업과 능력 등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됨됨이는 상대방의 인격을 가늠하게 만든다. ‘인격이란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으로 개인의 지적(知的)·정적(情的)·의지적 및 신체적 측면을 총괄하는 전체적 통일체로서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의 개인을 말하는 것이며 자기 결정적이고 자율적 의지를 가지며, 그 자신이 목적이 되는 개인을 말한다. ’(한컴사전) 각 개인의 인격을 말하는 품위는 자신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주변에서 인정하는 것으로 사람으로서의 합당한 도리와 품위를 가질 때 인격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격적 대우를 받기 위해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특히 언어는 사람의 내면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으로서 그 사람의 인격의 척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한 정치인의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에 대해 완곡하게 비난한 글을 보면서 필자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익명을 통해 얼굴 없는 자들이 되어 SNS를 통해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에 지나친 비판적인 내용들을 게재한 기록자 자신들은 그것을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자신의 훼손된 인격을 보여주는 단면이 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이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해 비판적 내용을 기록할 수 있지만 어떻게든지 좀 더 조롱 섞인 말과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여 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옛말에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고 하지만 너무 지나친 표현들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윤리가 존재하여야 한다.

반말과 욕설 등 무례한 말로 혐오감을 만들고 익명성을 무기로 유명인 등 특정 개인에 대한 감정적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최대한 상처를 만들어 특정인을 무너뜨리려 하는 태도는 마치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어쩌면 자신은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특정인에 대한 잘못을 판단하여 단죄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한 태도는 정의라고보다 오기에 불과하고 자신의 인격을 훼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누구든지 자유로이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 할 수 있지만 인격체로서 윤리적 태도를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전주남부교회 강태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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