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체류자 태국인 필로폰 밀반입 사건

비타민 제품 27봉지로 위장
항공우편통해 국내유통시도
외노자많은 경상도 단속강화
의심덜받는 농촌지역 선택

태국산 비타민 27봉지에 시가 22억원 상당의 필로폰이 담겨져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3일 한국에 필로폰 675g을 밀반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태국인 A씨(36)와 유통책 B씨(29).C씨(27) 등 3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D씨(27.여) 등 태국 여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3월 16일 동남아 라오스발 국제항공우편으로 태국산 비타민 제품 27봉지로 위장한 필로폰을 정읍의 한 외국인 마트에서 받아 유통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인 이들이 태국산 비타민 봉지로 위장해 들여온 675g은 2만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그 양이 엄청나 한국에서 소비는 물론 제3국으로 유통시킬 의도가 아닐까 의심되는 지점이다.

만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한국이 마약 중개지로서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어 경찰의 ‘필로폰과의 전쟁’은 강화될 전망이다.

소위 ‘지게꾼’이라고 불리는 마약 운반책의 경우 기존엔 현지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이나 전과자,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 시골 마트까지 필로폰 유통에 악용하려 한 마약 밀매조직의 상상력과 더 이상 한국이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관계기관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내 마약 판매 조직원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경찰은 태국 현지에서 A씨와 짜고 필로폰 밀수를 지시한 이른바 태국인 총책에 대해서도 인터폴 등과 공조해 검거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정읍 지역 농장 등에서 일하는 B씨는 택배로 받은 필로폰을 경북 경산의 한 공단에서 일하는 A씨에게 건네는 대가로 마약 판매 수익의 절반을 받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B씨는 경찰에 붙잡힐까 겁나 필로폰 운반을 정읍에서 알게 된 C씨에게 부탁했다.

C씨도 같은 이유로 아내 D씨에게 이 ‘돈 되는 위험한 일’을 맡겼다.

결국 지난 3월 22일 D씨는 같은 농장에서 일하면서 친해진 태국 여성 2명과 함께 전날 마트에 도착한 택배를 찾아 남편 등과 사는 모텔까지 옮겼다가 주변에 잠복한 경찰에 붙잡혔다.

D씨 등 태국 여성 3명은 본인들이 운반한 물건이 필로폰인 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달아난 C씨와 B씨를 같은 달 23일과 26일 각각 전주와 완주에서 검거했다.

필로폰 밀수를 주도한 A씨도 28일 경북 경산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A씨 등 6명은 한국에 온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1명을 제외하고는 무비자 90일 체류 관광비자로 들어와 기한을 넘겨 국내 농장과 공단 등을 전전해 온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

A씨와 B씨는 C씨의 검거로 마약 밀반입이 탄로 나자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지우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검거 직후 한 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와 필로폰 투약 혐의까지 추가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과거 필로폰을 판 정황을 발견하고, 마약 투여자로 의심되는 외국인 1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상도 지역이 마약 반입이 잦아 단속이 강화되자 비교적 의심을 덜 받는 농촌 지역인 정읍을 새로운 마약 반입 루트로 뚫었다”며 “국제 공조를 통해 라오스에서 마약을 보낸 공급책도 뒤쫓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마약류 차단과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국내외 유관기관과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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