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부터 7박 10일 일정으로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를 다녀왔다.

콜롬비아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치안이 불안해서인지 여행자 보험도 아주 어렵게 가입할 수 있었다.

반군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였다고는 하나 아직도 반군이 존재하고 있고, 한때 마약으로 명성을 날렸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를 대중교통선진지라고 해외연구조사차 방문한다고 하니 주변의 많은 분들이 의아해 했다.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는 ‘도시의 로빈후드’(박용남 저) 책에 소개된 도시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메데진이라는 도시는 SNS상에서 이름정도만 들어봤을 정도로 생소한 도시였다.

콜롬비아 방문 1주일 전 사전 스터디에서 박용남 소장(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의 설명을 듣고서야 메데진이라는 도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메데진이라는 도시는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인구 25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도시이다.

1945년 27만 명, 1981년 134만 명, 2012년 239만 명으로 증가하였다고 하니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였다.

메데진이라고 하는 도시는 강을 좌우로 하여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협곡 도시이다.

그렇다보니 가파른 산 정상 부근까지 빽빽하게 집이 들어서 있다.

도시의 면적은 비좁고, 인구는 급증하고, 그동안 메데진이라는 도시가 감내해야 했을 난관들이 처음 방문하는 나에게도 피부로 다가왔다.

  메데진이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메데진이 처한 환경도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하나는 도시를 바라보는 철학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시를 이끌어가는 시스템이었다.

도시계획, 도시교통, 도시마케팅 관련 5개 기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는데 모든 기관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도시철학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중심의 교통철학이었다.

도시철학을 설명하는 그림은 역삼각형이고 역삼각형의 맨 위에는 노인, 어린이, 장애인, 보행자 그림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자전거가, 그 아래에는 버스와 트램, 그 아래에는 택시와 화물, 그리고 맨 아래에 자가용이 있었다.

이러한 사람중심의 교통철학은 시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시민들의 합의를 걸쳐 결정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가 시스템이었다.

도시계획, 도시교통, 도시마케팅 관련 기관들은 시나 공공기관들의 출자로 만들어졌으며 체계적이고 긴밀한 협력체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양한 해법들이 나온다.

하나의 예를 들면 이렇다.

메데진으로 이주해 온 시민들은 거주할 것을 찾아 산 중턱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산자락은 대규모 빈민촌이 형성되었다.

빈민촌은 마약과 폭력 등이 난무하였고, 불법지대로 전락하였다.

빈민촌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심지로 나와야하나 경사도 심하고,  길도 좁은 산자락에서 이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메데진이 선택한 방법은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산자락 중간 중간에 위치한 케이블카 정류장 부근에는 아이들의 놀이터, 소규모 운동장, 문화공연장, 도서관 등을 만들었다.

이러한 정책은 종합적인 계획과 긴밀한 협력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메데진의 이러한 혁신적인 정책으로 인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살인범죄건수가 약 1/10로 줄었다고 한다.

  2000년에 시작한 메데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중심의 교통철학을 기본으로 도시를 매우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 메데진은 대한민국 서울보다도 유명한 도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전주도 메데진처럼 도시문제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도전에 나서야 한다.

/전주시 버스정책추진단장 엄성복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