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국비 22억6천만원 투입
전국 226곳 대상 지방정부별
2곳씩 452곳 공사비용 50% 지원

정부가 올해부터 성범죄 사각지대로 전락한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하기로 하고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A씨(22.여)는 지난 6일 밤 9시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 근처 한 주점 화장실에서 옷매무세를 고치는중 만취한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깜짝 놀랐다.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성에 놀란 A씨는 바로 화장실 밖으로 뛰쳐 나왔다.

다행히 A씨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터라 바로 자리를 피해 화는 면했지만, 그 뒤로 남녀 공용화장실은 기피 장소가 됐다.

A씨는 “소규모의 음식점, 술집 등은 대부분 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돼 있지 않아 무서울 때가 많다”며 “그 일이 있은 후 화장실이 따로 분리돼 있는 곳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B씨(35)는 지난달 10일 오후 10시 군산시 나운동 한 식당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도중 여성이 들어오는 바람에 바지를 올리는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처럼 남녀공용화장실이 민망한 상황이나 성범죄의 위험 등에 노출돼 있지만 개인 건물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 조항이 없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상가나 공공 시설물에 달린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녀 구분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개인건물은 임의대로 관리하는 것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소규모 건물 화장실에 남녀까지 구분하게 하면 건물에 들어갈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남녀공용화장실이 있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주점, PC방 업주 등은 세입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보수를 기피한다는 점도 화장실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성범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돼온 남녀 공용 화장실을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남녀 각각의 화장실로 분리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민간 개방 화장실 남녀 분리 지원사업’에 국비 22억6천만원을 지원하기로 지난해 확정한 바 있다.

지원 대상은 전국 시.군.구 226곳의 민간 남녀 공용 화장실이다.

정부는 이들 지방정부별로 2곳씩 모두 452곳의 남녀 공용 화장실을 남녀 개별 화장실로 분리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식은 지방정부별로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신청받고 선정된 이에게 공사 비용의 50%를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한다.

나머지 공사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화장실은 3년 동안 시민에게 개방하는 공공 화장실로 운영해야 한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산을 마련했지만 남녀화장실 분리에는 너무 부족하다”며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차원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주 스스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화장실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소규모 상가 공용화장실 문제는 남녀의 차원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방치된 남녀공용화장실은 범죄의 사각지대가 계속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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