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조사단 "하제-신시도
바닥층 용존산소 2.35mg/L
퇴적물 악취··· 상류오염탓
정부 담수호 조성 불가능"

세계 최장 길이의 방조제로 인해 해수유통이 안되면서 새만금호가 썩어가고 있어 수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22일 새만금호의 심각한 오염 상태를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생태조사단은 “새만금호의 바닥 층이 악취를 풍기며 시커멓게 썩고 있어 정부의 담수호 조성과 수질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1일 선상 조사를 통해 채취한 퇴적물을 청와대와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 등에 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만금호 퇴적물은 악취를 풍기며 먹물처럼 검정색으로 썩어가고 있는데, 일반 건강한 갯벌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생태조사단이 선상조사를 통해 수질조사를 실시한 지역은 신시도 배수갑문 사이, 만경강 주변 등 4곳으로, 깊이 별로 물의 염분과 용존 산소 농도를 조사했다.

특히 조사 당시 수문이 개방돼 다량의 해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며, 수문과 가까운 방조제 쪽은 물 교환이 많이 돼 5m 바닥층 용존 산소가 4.89㎎/L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문과 떨어진 하제와 신시도 배수갑문 사이의 경우, 표층의 용존 산소 농도는 10.53㎎/L로 양호한 상태였지만, 9m 아래 바닥 층은 2.35㎎/L로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로 나타났다.

용존 산소량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양으로, 맑은 하천의 용존 산소량은 1리터당 7~l0ppm 정도 되며, 일반적인 물고기들은 용존 산소량 4~5ppm 이하가 되면 생존할 수 없다.

생태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겨울철은 바닥 층까지 산소가 내려가 그나마 수질이 좋았지만, 날이 더워지는 5월경부터는 성층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평소 같으면 숭어나 전어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며 “수문과 먼 곳일수록 간장 빛의 물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수질상태가 몹시 나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방조제가 막힌 뒤 13년, 새만금호 대다수 지역에서는 담수(민물)와 해수(바닷물)가 위아래로 나뉘는 이른바 성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심 4m 아래부터는 용존 산소량이 매우 희박해 미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새만금호에 막대한 수질개선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지만, 물밑부터 썩어가고 있는 새만금호가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군산대 김종구(환경공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수질조사와 연구용역을 살펴본 결과, 새만금호 수질악화의 원인을 상류 오염원의 영향으로만 평가하고 있다”며 “주요 오염물질로 유기물질과 영양 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질악화 원인인 내부의 순환구조나 성층 시스템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용존 산소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7~2018년 가력갑문 표층 용존 산소 연속 관측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일평균 용존산소 4ppm 이하인 일수가 32일, 2ppm 이하인 일수가 4일로 나타났는데 표층이 이 정도라면 하층은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물속에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용존 산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만금호 수질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전북녹색연합 등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공식 출범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출범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지난 20년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찾기 위해 결성됐다.

/군산=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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