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사투리 어휘록' 김여화

시어머니가 썼던 언어부터
마을유래-사투리 20년간 모아
생활상-문화-풍습 엿볼 수 있어

몇 년 전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가 있다.

‘거시기’로 유명한 영화 ‘황산벌’이다.

이 영화에서 자주 사용됐던 ‘거시기’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사투리 중 하나다.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 장군이 그날 밤 암호를 거시기로 정한 것을 신라군이 해석하지 못해 혼란에 빠진 웃지 못할 영화장면이 기억난다.

백제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을 신라는 못 알아듣는 것이 지역사투리인 것이다.

임실지역의 대표적 사투리를 정리한 김여화의 ‘임실 사투리 어휘록’이 최근 발간됐다.

전라도 전북 내 임실은 임실만의 사투리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역사를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비단 임실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고유의 사투리가 존재하지만 자기 지역의 사투리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임실 사투리를 보면 입안의 타액인 ‘침’을 ‘춤’으로, ‘파리’를 ‘포리’로 발음하는 원순모음화가 슬치재를 넘는 임실군과 남원으로 커져가고 있다.

임실 사투리는 생활권역에 맞춰 전주, 완주보다는 남원, 구례에 가깝다.

이렇듯 사투리는 그 지역의 생활상이며 풍습화된 문화로 볼 수 있다.

지금은 SNS 발달로 모든 문화나 생활사이 평준화되고 획일화됐지만 과거 지역간에 소통부재로 ‘재’만 넘으면 문화와 풍습이 달랐다.

저자 김여화는 서울살이를 접고 임실로 시집온 지 올해로 44년째 접어든다.

이후 임실의 사투리를 모아 마을유래 책 뒤에 끼운 것이 지난 2007년이다.

또 제작년 ‘사진과 함께 보는 임실의 마을들’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사투리도 목록을 만들고자 하면서 사라져가는 임실의 말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묶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저자가 엮은 임실 사투리는 시어머니가 살아생전 썼던 언어들이다.

늘 하던 말들을 단어로 모았다.

촌에서 태어나 더 산골로 시집와 80평생 살았던 시어머니의 말은 순수한 임실말인 것이다.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팔면서 임실의 마을유래와 사투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시어머니의 말을 돌이켜보며 기록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노인들을 만나면 귀 기울여 기록을 시작했다.

누군가 어휘를 구체적으로 분야별로 모아 나누게 되면 보다 편리하게 읽힐 수 있겠지만 저자는 우선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 데 그쳤다.

저자는 “앞날을 염두에 두고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에 평소 쓰는 말들을 그대로 사용하며 어휘록을 만들었다”며 “더 방대한 자료를 모아 책을 만드는 분에 비하면 내 노력을 참으로 미미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단어들은 훗날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임실예총 김진명 초대회장은 “임실군 생활상과 풍습이 담긴 사투리를 엮어내는 것은 우리 언어문화를 재정립하고 언어의 역사를 편찬하는 일이다”며 “언어문화 재정립에 애쓴 김여화 소설가에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저자 김여화는 1992년, 1993년 농민문학 문예사조 수필로 등단했고, 제1회 임실문학상, 제18회 전북수필문학상, 제26회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임실문인협회 7대, 8대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임실, 우리마을 이야기’, ‘운암강’, ‘신흥사’, ‘그림이 있는 임실이야기’, ‘아버지의 땅’, ‘추억기행 단편모음집’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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