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산림업무를 맡을 때다.

삼락농정 산림분과위원회 차원에서 매주 목요일 고사리, 도라지, 버섯 등 우리도가 강점인 산림작물을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시킬 것인지에 대해 밤샘 토론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제 농사도 편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오래 농사도 지을 수 있고, 생산성도 올라간다는 것.

이는 놀며 게으르라는 말은 아니었다.

농작물이 어떤 원리를 품고 자라는지, 토양과 작물이 어떻게 어울려 공생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스마트하게’ 농사지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당시 내겐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근 만난 어느 농민 분은 관행적으로 농사짓는 부분을 살펴보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다른 스마트한 방법이 있는데 옛 방식을 고집하며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그래서 어찌 보면 불필요하게 노동을 소비하는 이 경우를 ‘악성노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우리 농업도 이젠 덜 고생스러운 방법, 스마트하게 농사짓는 방법, 그래서 악성노동을 줄이는 방법을 적극 고민해야할 때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농업, 농촌에 더 들어올 수 있고, 농가도 조금 더 오래 농사에 전념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농업경영체등록 농가 현황을 보면 40세 미만 농가는 전체의 3.1%이다.

반면 60세 이상 농가는 전체의 65%이고, 70세 이상 농가로 보면 전체의 37%이다.

농가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안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편한 농사방법, 스마트한 농사방법은 단순히 시설이나 기계 장비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농가교육, 젊은 청년농의 유입, 가뭄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농업기반, 병충해 등 외부여건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스마트화 된 시설 등 다양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김제 백구에 위치한 농식품인력개발원은 첨단온실, 6차산업 가공시설, 농기계 실습장 등을 갖추고 매년 7천여 명의 농업인을 교육한다.

또 최신 고급기술과 경영능력을 희망하는 농업인의 욕구를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2년 과정으로 300여명의 농업마이스터 대학도 운영 중이다.

또한 젊은 청년농업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비 지원을 받아 올해 503명의 청년농업인에게 매월 80~100만원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도 차원에서 봄철 가뭄 등 자연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지채소 재배농가에는 올해 처음 스프링클러 등 관수시설 지원도 시작하였다.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작물에 대해서는 과수 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 등 다양한 정부보조사업도 최대한 끌어와 자연재해와 병충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과수작물의 경우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관수관비시설을 갖추게 되어 어느 정도 가뭄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병충해, 저온 등 외부환경에 대응하면서 편리함과 생산성도 높이기 위해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 대한 지원도 계속 확대가 필요하다.

 일반 농업부터 축산, 수산까지 농업의 모든 분야에 대한 지원방향과 지원사업을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우리 농업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덜 고생스러운 농사방법, 스마트하게 농사짓는 방법을 고민하며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젊은이를 농업농촌에 들어오게 하고,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촌”이라는 농민, 농업, 농촌의 삼락(三樂)농정이 실행 5년차를 넘어가는 시점이다.

더욱 더 ‘편안한 농사’ 발굴에 매진해야할 때다.

농사가 편해야 농촌이 산다!

/최재용 전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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