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지인들 가운데 자녀로 인해서 가슴앓이를 하는 분들이 여럿 계신다.

물론 그러한 상황이 단지 그 분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베이비 붐’ 세대의 많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자신들은 부모를 부양하면서 자녀들의 앞날을 위해 헌신하면서 양육하였지만 정작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여 자녀들에게 짐처럼 되어 자녀들의 눈치만을 보면서 살아가는 안타까움을 보면서 자녀를 자녀로 대하지 못하는 자녀가 상전이 되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인 중 한 분은 중년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남은 재산을 통해 자녀를 모두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집 한 채를 가지고 말년을 보내는데 결혼한 자녀 중에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간청하는 것을 물리치기 어려워 자신의 집을 팔아 아들의 집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는 돌보미가 되어 힘겹게 노년을 보냈는데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어머니는 점차 힘이 없어져 짐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살아온 연륜이 있어 자식들 행동거지를 잘 아는 터라 아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녀의 거슬리는 잘못된 행동에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비위를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어 에둘러 애매하게 표현하며 사는 모습이 이제는 아들과 며느리가 상전이 되어 있는 것을 본다.

또 한 분은 젊어서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살림 가운데 그래도 대학까지 졸업시켜 어엿한 사회인을 만들었다.

자신의 마음에는 다른 집 애들처럼 풍족하게 해주지 못한 것이 항상 못내 마음에 짐처럼 여겨져서 자녀들의 말이라면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주는 것이 생활이 되어 부모가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자녀들은 아무래도 젊기 때문에 삶의 연륜을 가진 부모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것이어서 눈에 거슬리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려 하지만 도리어 자녀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 일이 될까 염려가 역시 에둘러 표현해보지만 막무가내는 자녀들의 행동으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것을 보고 필자 역시 마음이 불편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잘못을 잘못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올바로 말하지 못하고 엇비슷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애당초 잘못된 것에 대해 처음부터 올바로 잡아 주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잘못된 버릇을 부모가 만들어 준 것으로 인해 자책을 하지만 이제 때를 잃어버려 후회만 할 뿐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갑자기 홍길동전의 어록이 회자되고 있다.

정부를 향해 '홍길동 정부'냐고 야당이 물고 늘어진 것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하지 못하면서 애둘러 확실하지 않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과 처지가 같다는 비판이다.

정부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야당의 무리한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부로서도 턱없는 소리라고 일축하지 못하고 있고 부처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돈만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북한이 강원도 호도반도에서 쏜 발사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에는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로 수정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장면 사진을 보고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외형이 같은 미사일이 맞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계속 발사체를 고수했다.

위성사진에서 발사체가 남긴 연기꼬리가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일치한다는 외신보도에도 군은 물러서지 않으며 계속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평안북도 구성에서 전날 쏘아 올린 미사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미사일과 외형이 흡사해 군사전문가들은 두 미사일이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가 북한이 9일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이라고 미 국방부가 평가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와야 다케스 방위상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전날 발사한 것이 지난 4일 발사한 것과 동일한 기종인지에 대해 "이동형 발사대가 지난 4일에는 차륜형이었지만, 9일에는 궤도형이어서 외형적인 차이가 있고, 발사체 비행특성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은 고도 45∼50㎞로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지난 4일 북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여전히 "분석중"이라는 입장이다.

어쩌면 북한이 남한 정부는 자신들의 무력적인 모습에도 함부로 말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잘못된 모습에 에둘러 표현하는 것으로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자칫 관계가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깨질까’하는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 유엔은 그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하는데 우리는 인권에 대해 한 마디도 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내 문제만큼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 단호하고 끝까지 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과연 홍길동전의 어록이 나오는 것을 턱없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 있겠는가? 필자 역시 에둘러 표현하는 말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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