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건설산업 진단

2년새 지역하도급 평균 46%
일부 외지업체 17%-32%
지역업체 하도급 강제없어
자사협력업체에 일감 몰아

<중>외지업체 진출과 전북 주택건설시장  

전북지역에서 시공하는 각종 공사에 지역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발주처(원사업자)가 주는 도급공사는 지역의 원도급과 하도급 업체에게 실적 향상과 업체 운영의 단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역건설업체 몫인 도급공사가 외지업체로 흘러들어가면 자금 역외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전북의 주택건설시장에서 많은 지역업체들은 현재의 도급 공사만으로 ‘희망가’를 부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일부 지역건설업체, 특히 하도급 업체 사이에서는 ‘유사 이래 지금만큼 어려운 건설경기는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공동주택의 지역업체 하도급 상황을 놓고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전주시내에서 지난 2017년~2018년까지 착공한 공동주택 10개 단지의 올해 3월 현재 지역업체 하도급률은 평균 46%에 이른다. 

전북지역 업체가 시공해 준공을 앞둔 ‘반월 세움펠리피아 2차’는 무려 81%의 하도급률을 보였다. 평화동의 플러스건설이 시공한 ‘평화동 플러스하임’도 67%의 높은 하도급률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외지업체의 지역업체 하도급률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수도권 외지업체인 D건설이 서신동에 짓고 있는 한 아파트의 하도급률은 1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P건설이 짓고 있는 인후동 아파트의 지역업체 하도급률도 32%에 그쳤다. 

이처럼 외지업체의 지역업체 하도급률은 평균 이하를 달리거나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만성지구에서는 외지업체인 T건설이 시공능력이 뛰어난 도내 업체에 70%나 되는 하도급을 준 사례도 있다.

이 외지업체는 건물의 뼈대나 다름없는 골조 공사를 건실한 업체에게 맡겼고 평화동과 인후동 등에서도 도내 하도급 업체를 우대했다.

발주자가 입찰공고를 내면서 지역업체 하도급을 강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권고만 가능하다. 강제력이 없다보니 일부 외지업체들은 도내 업체 하도급에 인색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외지업체 잔치판’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는 열악한 지역 건설경기에 활력을 잃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전북과 건설시장 규모가 비슷한 인근 전남ㆍ광주는 소위 강력한 ‘카르텔’ 형성으로 사업자들 사이에서 ‘삽도 못꼽는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하지만 전북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외지업체는 하도급 등 일감도 자사 협력업체에 몰아주게 돼 지역업체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현지(전북) 업체에게 하도급을 주기 보다 100~150여개 정도의 본사 협력업체를 끌어다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전라북도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도내 주택건설 현황을 보면 총 6만4천198세대 가운데 지역업체가 건설한 세대수는 9천50세대인 14.1%에 그칠 정도다. 이마저도 지역 중견업체 한 두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들이다.

올들어 전주시내에서 공사중인 16개 공동주택 사업승인 현장 가운데 13곳은 외지업체 차지다. 수도권 9곳, 광주ㆍ전남 4곳 등이다. 전주 효천지구는 100% 외지업체 공사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30만㎡ 미만의 택지를 지역업체들끼리 제한 경쟁을 통해 공급받는 시대도 있었으나 폐지됐다.

그 뒤 대기업들이 좋은 택지를 독식하는 바람에 지역주택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택지의 일정 비율을 지역업체에서 발주할 수 있는 제도도입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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