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고 무더워지는 5월 요즘, 공원이나 도심지 가로변에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 끝에서 이토록 파란 잎과 하얀 좁쌀 같은 꽃나무, 이팝나무가 황량한 도심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비롭다.

예전에는 가로변에 은행나무와 벚나무가 주류였다면 지금은 보행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마음 설레게 하는 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이팝나무는 절기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는 양력 5월 입하에 꽃이 핀다고 해서 전라도 지방에서 입하나무로 칭하기도 했다.

이팝나무는 대표적인 곳이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에 천연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곳도 있다.

이팝나무에는 또 다른 슬픈 전설도 있다.

이팝나무 꽃이 피는 시기가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무렵이라 서민들이 가장 넘기 힘들었던 그 옛날 보릿고개 시기였던 때이다.

옛날 전북 진안군에 흉년이 들어 엄마의 젖만 빨다 굶어 죽은 아기를 아버지가 지게에 지고 산에 가서 묻어 놓고 무덤 옆에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쌀밥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팝나무를 보고 푸짐하게 먹으라고 했던 아비의 슬픈 전설인 것이다.

또한 가난한 집 시집살이 하는 착한 며느리가 제삿밥 때문에 구박을 받아 목 메단 자리에 이팝꽃이 피어난 슬픈 사연이 있었다.

농촌지역에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흉년이 든다고 믿기도 했던 꽃이었다.

어쩌면 쌀밥을 실컷 먹고 싶었던 서민들의 애환과 간절한 바람이 이처럼 이팝나무 전설에 녹아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보릿고개 시절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이팝나무가 지금은 도시의 조경수로 심어져 있으면서 보행자들의 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오늘부터 푸짐하게 꽃피우고 있는 이팝나무를 보면서 쌀이 없어 굶주렸던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해 본다.

쌀이 남아돌아 축사 사료로 쓰기도 하고 동남아로 수출하는 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밥상의 풍성함을 느껴봐야겠다.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이라는 꽃말을 지닌 이팝나무.

철 지난 이팝나무에서 떨어진 흰 꽃들이 도로위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니 하얀 눈이 내린 것 같기도 하고, 흰 쌀밥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함경도 사투리로 쌀밥나무라는 조경수, 쌀이 없어 굶주림에 허덕이며 고구마 죽과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웠던 그 시절 생각해 보며 쌀 꽃으로 풍성하게 매달려 있는 이팝나무를 숙연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신세대건축 추원호 대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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