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름다운 가게 시작으로
아름다운커피-아이쿱생협 등 12곳
소비자정보센터 조례제정 노력
공정무역 카페 개설 홍보 활동등
민관거버넌스 모델 협의체 구축
공정무역도시인증 지지주체 필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해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우리의 식탁의 70% 이상을 수입산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탁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는 누가 생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걸까? 이런 물음이 이어지면서 공급 사슬의 투명성, 추적가능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착한·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투명한 공정과 생산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에서도 미약하나마 공정무역 활성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의 중심에 도내 소비자 운동의 중심축인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이하 소비자정보센터)가 서 있다.

이에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정보센터의 노력과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공정무역 시작과 어디까지 왔나=‘공정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소비운동이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부채감이 있던 유럽, 미국 등에서 1960년대 공정무역 조직과 단체를 만들면서 본격화,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생산자들을 위한 기회의 창출, 투명성과 책임성, 생산능력 배양, 공정한 가격의 지불, 양성평등, 합리적인 노동조건, 환경보호 등의 원칙에 입각한다.

특히, 일회적 거래가 아닌 지속가능한 판매로 이어가기 위해 공정무역은 제품 자체의 품질과 가격 등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 진출, 윤리적 소비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는 2000년대에 들어서 ‘공정무역’시작, 다른 국가에 비해서 다소 늦은 편이지만 속도는 비교적 빠른 편이다.

2003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시아 지역 수공예품을 수입해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두레생협에서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해 조합원들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공정무역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06년 아름다운커피가 네팔에서 커피를 수입하고 브랜드를 만들면서부터다.

이후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대중들에게 확산, 2011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Fairtrade Korea)가 문을 열었으며, 이듬해에는 아름다운커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아이쿱생협, 피티쿱,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국내 주요 공정무역 단체 12곳이 모여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를 설립했다.

더욱이 공정무역은 마을운동으로 진화했으며, 개도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진국에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을 넘어 농업인 및 농업노동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한 거래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이분법적인 개념을 넘어선 ‘로컬페어트레이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도내 공정무역 활성화 위해 소비자정보센터 앞장서=이처럼 공정무역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천천히 자리 잡아 가면서 도내에서도 공정무역 운동에 동참,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 첫발을 내디딘 것도 소비자정보센터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2016년 국내 첫 공정무역도시로 인증을 받은 서울시를 비롯해 공정무역 관련 조례를 제정한 도시를 벤치마킹, 이를 도내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선두에 서서 구슬땀 흘리고 있는 것.

그동안 소비자정보센터는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인식조사,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활성화 토론회 등을 통해 2017년 전북도 공정무역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이끌어 냈으며, 이듬해 전주시에도 관련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를 통해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더욱이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없다는 도민인식 조사결과를 토대로 소비자센터 내에 공정무역 카페를 개설했으며,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대학생 공정무역 서포터즈단을 꾸리고, 공정무역 강사 양성 교육을 실시, 공정무역 컨퍼런스 및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도내 공정무역의 중심에 서서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 활성화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하지만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공정무역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 여러 지역에서 태동하는 민관 거버넌스 모델이 확산, 지역별로 민간단체들이 모여 협의체를 만들고 지방정부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주체들 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도내에서도 민관이 협력해 공정무역도시 인증, 즉 전주시부터 공정무역도시로 인증을 받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무역 확산을 위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공공기관, 교회, 학교 등 지역 내 커뮤니티 주체들도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며 힘을 보태야 한다.

여기에 경기도에서는 현재 경기도주식회사를 설립,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 개발 지원을 통해 경기도 지역의 생산물과 공정무역 산물의 결합한 ‘Fairday 캐슈두유’를 선보였다.

이처럼 로컬푸드 일번지인 전북도 이를 벤치마킹해 지역과 전세계 생산자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정보센터 관계자는 “우선은 전주부터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 가장 시급한 것은 공정무역제품 판매처가 지금보다 더 확대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뿐 아니라 나머지 13개 시군에서도 이에 관심을 갖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의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공정무역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여러 기관과 행정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김보금 소장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 국가 간의 거래에서 불평등한 거래가 없는지 소비자 역시 윤리적 측면에서 소비생활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 고민의 대안이 바로 공정무역인 만큼 일상에서 이에 대해 꼭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도내 ‘소비자 운동의 산증인’이자 ‘대모’라 불리고 있는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김보금 소장.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과 보호를 위해 항상 앞장서 온 만큼 이런 별칭이 붙고 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부터 공정무역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운동이 단순 피해보상에서 벗어나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해서 김 소장은 도내에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단순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공정무역은 결국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 소비를 통해 만드는 공정한 거래질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윤리적 소비의 한 방법이다”며 “이에 소비운동 영역을 확대하고 공정무역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자 최근 몇 년간 이와 관련된 단체는 물론, 공정무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도시와 센터 등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처음에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지역사회도 김 소장이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에 귀를 기울이며, 공정무역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먼 상황이다.

 김 소장은 “전북도와 전주시에서 공정무역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공정무역 활성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소비자인 만큼 이에 대한 고민과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무역 상품을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환경을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북은 ‘로컬푸드’의 일번지라 불리는 만큼 이를 공정무역을 통한 원료와 엮어 새로운 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금 소장은 “공정무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확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정보센터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이를 안착시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주시, 전북도는 물론 나머지 시군의 관심이 필요하다. 민관이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한 공정한 생산체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소비자정보센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 나갈 것”이라며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성아기자 t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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