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버스정류장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집에서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어 학교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시내버스가 유일했었다.

밀리는 버스지만 그걸 타기 위해 아침마다 정류장으로 달렸던 기억, 어느날 같은 시간대에 버스를 기다리는 단발머리 여고생을 만난 이후부터 버스정류장은 매일 아침 설렘의 공간이었다.

딸아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야간학습을 마치고 늦은밤 귀가하는 아이를 마중나왔다며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아내의 모습도 버스정류장만 보면 생각나는 추억어린 기억 중에 하나다.

전주시에는 천여개가 넘는 시내버스 승강장이 있다.

시내버스를 시민의 발이라고 일컷듯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은 14만명에 달한다.

20%가 넘는 시민에 매일 두 번 이상은 버스승강장과 만나는 셈이다.

시민에게는 하루의 삶이 시작되고 마무리 되는 곳이며, 전주를 찾는 외지 방문객에게는 도시와 마주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 도시의 첫 인상을 느끼는 곳이 바로 버스승강장이다.

시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시설이다보니 시간이 흐름과 함께 시내버스 승강장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로변에 표지판 하나로 승강장임을 표시해주던 곳에 점차 비와 눈, 강한 햇볕을 가려줄 수 있도록 지붕이 설치되고,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의자가 놓여지고 버스 노선과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설치되었다.

편의시설도 점점 증가하여 겨울철 추위를 녹여줄 수 있는 발열의자와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커튼이 설치되고, 미니도서관, 음수대, 공기청정기, 교통카드잔액조회기 등이 설치된 승강장도 볼 수 있다.

최근 1~2년 전부터 전주시는 시내버스 승강장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버스 승강장에 편리성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입히는 것이다.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담고 지역의 특색과 예술성을 살린 예술이 있는 승강장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예술이 있는 승강장은 각 분야별 지역예술가들이 참여해 승강장마다의 컨셉을 정하고 이야기를 담은 예술작품을 설치한다.

그동안 전주시는 29개의 예술있는 승강장을 조성하였다.

한옥마을 오목대에 가면 조선시대 어진행렬 모습을 담아놓은 승강장이 있고, 호남제일문에 가면 한옥의 꽃창살을 통해 아름다운 전주를 느낄 수 있는 승강장이 있다.

첫마중길에 가면 여행의 즐거움과 설렘을 표현한 승강장을 만날 수 있고 노송동 천사마을에 가면 이름없는 천사가 사는 마을을 소개하는 승강장이 있다.

가장 최근에 설치한 신흥중고등학교앞 승강장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승강장으로 조성, 전주 3.1운동의 역사성과 독립정신을 알리는 상징공간이 되었다.

버스승강장이 묵묵히 버스만 기다리는 공간이 아닌 보고 느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된 것이다.

올해도 전주시는 전주역 앞과 팔복예술공장 주변 등 13개소에 예술이 있는 승강장을 조성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특히 요즘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대로변 대기오염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 밀폐형 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쉼터형 승강장으로 조성한다.

도심교통의 중심축은 대중교통이다.

도심을 오가는데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시내버스가 되어야 한다.

66만 전주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이용환경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민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전주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시내버스 승강장이 변화하고 있는 이유이다.

/장변호 전주시 시민교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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