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일 홋카이도대학서 발견돼
90년만에 봉환됐으나 신원특정 실패
동학혁명기념사회 역사박물관 안치
125년만에 전주시 녹두관 안장 결정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
"참수된 지역으로 봉환돼야" 주장
2001-2005년 2차례 진도 안장 무산
진도군의회 "진도사람 증거 없어"
타지역 안장 추진 공문에도 무응답
전주지법 "권리 인정 어려워" 기각

5월 11일 동학농민운동 법정기념일
뜻 깊은 해 영면 준비 의미 남달라
진도군 반환 요구 또한번 영면 방해
17년간 풍파 끝내고 계획 추진돼야

내일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기념식
1일 풍남문 안장식-진혼행사 개최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영면
2021년 완산도서관 별관 교육관 조성

‘뒤늦은 소유권 분쟁에 편히 잠들지 못하는 동학 지도자’ 125년 전 동학 지도자 유골이 법정으로 간 까닭은?  

최근 전주지법에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에 대한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으나 기각처리됐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에게 목이 잘린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법정으로 간 까닭은 진도군이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유골 안장식을 코앞에 두고 뒤늦게 권리주장에 나섰기 때문.

125년 만에 뉘일 곳을 찾고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동학 지도자의 사연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125년 전 동학 지도자 유골이 전주에 온 까닭은?

전주 역사박물관 수장고에는 이름 모를 한 유골이 보관돼있다.

이 유골은 지난 1995년 일본에서 발견돼 이듬해 국내로 봉환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다.

1906년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간 이 유골은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발견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의 노력으로 9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지만 국내로 봉환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면에 들지 못했다.

측면에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이 유골은 함께 발견된 문서에 ‘메이지 39년(1906년) 9월 20일 진도(전남)에서 시찰 중 수집’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였으며 죽어서도 일본으로 건너가 편치 않은 시간들을 보냈음을 진작케 한다.

이 유골은 고국으로 되돌아 온 이후에도 전주 동학혁명기념관과 정읍 황토현 구민사 등에 임시 안치돼 유골의 필적과 DNA, 토양 감정 등 유해조사를 거쳤지만 신원을 특정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결국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지난 2002년 전주역사박물관에 유골을 임시 안치하고, 동학 지도자의 영면을 위한 안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잇따른 안장 무산으로 인해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기념사업회는 결국 최종적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승전지인 전주에 안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며, 동학 지도자는 125년 만에 전주시가 완산공원과 곤지산 일원에 조성한 동학농민혁명 기념공간인 ‘녹두관’에서 영면에 들게 됐다.

전주시와 농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은 이를 기념해 1일 동학 지도자 유골이 임시 보관돼온 전주역사박물관을 출발해 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통로였던 용머리고개를 지나 전라감영과 풍남문, 초록바위,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을 따라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을 기념하는 발인 및 노제, 안장식, 진혼행사를 열기로 했다.

 

▲뒤늦게 반환 요구하는 진도군, 왜?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동학 지도자는 당분간 편히 잠들지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진도군과 진도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지난 22일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유골에 대한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전주지법에 제출했기 때문.

이들의 주장은 유골이 화장될 경우 현상이 심각하게 훼손돼 유골에 대한 향후 연구나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해 발견된 당시 원형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유골이 지난 1906년 진도 면화재배 관리자인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됐고 기록에도 진도에서 참수된 것으로 기록된 만큼 진도로 봉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동학 지도자 유골 안장을 몇 차례 무산시켰던 진도군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논란의 불씨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당초 동학 지도자가 영면에 들 장소로 진도군을 최적지로 생각하고 유해안장을 추진했다.

이는 이 유골이 진도군에서 채집된 데다 진도군이 동학농민군의 최후전적지였음에도 별다른 기념시설 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과 2005년 두 차례 진행된 진도군 안장은 진도군의 미온적인 태도와 진도군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특히 당시 진도군의회는 이 유골이 진도군에서 발견됐지만 진도사람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지난 2008년 진도군에 ‘진도군 유골 안장사업이 최종 무산됐으며, 진도군이 아닌 타지역 안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마저도 진도군을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이후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진도군은 지난 2015년 전주시의 유해안장 계획이 발표되자 항의 방문하기도 했으며, 유해 안장식을 앞두고 법정 분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와관련 전주지법 제5민사부는 30일 전남 진도군이 전주시와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상대로 제기한 농민군 지도자 유골에 대한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진도군의 유골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고, 유골을 화장하지 않고 추모공간에 그대로 안치하기 때문에 현상 변경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1일 전주 완산칠봉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 추모공간인 녹두관에 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영구 안장될 전망이다.

 

▲동학농민군 지도자, 이제 편히 잠들어야

정부는 올해부터 5월 11일을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법정기념일 지정으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이 날은 125년 전인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과 첫 전투를 벌여 대승을 거둔 황토현 전승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첫 번째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이 엄수된 뜻깊은 해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은 마침내 영면에 들 준비를 하고 있다.

생전에 아시아 최초의 근대 민주주의를 실현한 동학농민혁명의 주역으로 활약해온 이 동학 지도자는 일본인에 의해 살해된 후 일본인의 손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가 사후에도 말로 이루지 못할 고초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2001년부터 추진돼온 유골 안장마저도 6차례나 무산되면서 17년 동안의 풍파를 겪어왔다.

앞서 언급된 진도군 외에도 정읍 황토현 전적지는 유적지를 무덤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화재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결국 이 유골은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지 125년 만에 동학농민군의 승전지인 전주에서 편히 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따라서 진도군의 뒤늦은 유골 반환 요구와 법적분쟁은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영면을 또 한 번 방해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전주시와 기념사업회가 일방적으로 매장 안장을 추진한 것이 아닌 만큼, 사람 중심의 동학 정신 계승과 국가 화합 차원에서도 매장 안장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주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조성사업

6월 1일 동학농민혁명의 승전지인 전주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영구 안장하는 안장식이 열린다.

전주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고 농민군 지도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31일 전주완산도서관 강당에서 열리는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5주년 기념식과 문화공연을 진행한 뒤 1일 안장식을 거행키로 했다.

안장식은 유골이 임시 보관돼온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발인한 후 전주입성 관문인 풍남문 앞에서 노제 후 안장식과 진혼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동학농민군의 주요 전적지였던 완산칠봉에 조성된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모셔지게 된다.

안장식이 끝나면 동학농민군 지도자는 집강소 설치와 패정 개혁안을 담은 전주화약이 체결됐던 전주에서 영면에 들게 됐다.

이와 관련, 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전적지인 완산공원과 곤지산 일대에 기념 공간을 조성하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전주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2016년에는 초록바위 예술공원 및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했으며, 올해는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를 추모하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공간인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을 건립했다.

 시는 오는 2021년까지 완산도서관 별관을 리모델링해 동학 관련 콘텐츠로 채운 홍보·교육관을 조성하는 등 아시아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바로세우고, 동학의 정신이 스며든 전주정신 정립을 통해 전주시민들의 자존감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어렵게 찾은 유골 예-격 갖춘 안장식을"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법률자문을 거쳐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유골의 관리권을 가진 것으로 확인을 받았고, 이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도 인정을 한 부분”이라며 “진도군에는 2008년 12월에 공문을 정식으로 보내서 ‘더 이상 답이 없으면 저희가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까 다른 후보지를 선택해서 진행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진도에서 지금 문제제기하는 것이 저희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안장식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전주시가 주가 되기는 하지만, 전국 동학농민혁명유족회가 들어와 있고 유족회 회장이 상주역할을 하시게 된다”면서 “또한 공식적인 기관이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인데 재단에서 예산을 대고 있어 기념사업회가 임의로 하는 일이 아니고 국가와 지자체가 협업해서 하는 일인 만큼 진도군에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끝으로 “유골을 어렵사리 찾아왔지만 저희가 너무 늦게 모시게 돼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정성을 다해서 예의와 격을 갖춘 안장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많은 분들께서 31일 열리는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5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 안장식에 참여하셔서 인간존중과 만민평등의 거룩한 동학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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