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일요일 저녁, 휴일이 가는 게 못내 아쉬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이 개그 콘서트다.

그 중 요즘 이른바 ‘핫’ 하다는 코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여자가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묻자 남자는 “자기는 머리 자른 게 더 예뻐. 잘라버려”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대화 중에 남자의 “잘라버려”만을 계속 이어붙이기만 하는 악마의 편집이 시작된다.

여자가 “신입이 너무 일을 못해”라고 말하자 남자는 “잘라버려”라고 답하고,여자가 “나 왜 이렇게 목이 뻐근하지”라고 말하자 남자는 또한번 “잘라버려”라고 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악마의 편집’은 다양한 편집 기법을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해 본래 내용을 180도 뒤바꿈으로써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하는 코너인데 개그에 그쳐야 할 악마의 편집이 우리 사회를 광풍처럼 휩쓸면서 사회 곳곳에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악마의 편집은 전후 사정을 생략한 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맥락만 집중적으로드러냄으로써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 2019년 4월 11일자 기사를 보자.

‘ㅈ’ 언론사는 자신들이 찬양했던 4대강 사업의 과오를 덮기 위해 4대강 보를 일부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 "문명 파괴" 라고까지 주장하고 '악마의 편집'에 가까운 한 학자의 논문을 인용하며 4대강 사업은 당시로서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오마이뉴스는 이 주장들이야말로 악마의 편집의 정석이며 자기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위해 악마의 편집이 동원되는 건 특정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계, 노동계, 정치계 등 등 사회 곳곳에서 악마의 편집을 활용해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바쁘다.

정말 큰 문제는 악마의 편집으로 인해 본질이 왜곡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 되는 데 있다 하겠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간의 관행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행정은 이슈가 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슈 선점과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은 행정에 불리한 자료만을 편집하여 활용해 왔고, 이를 통해 행정을 압박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슈를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묘히 이용해 악마의 편집을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님은 물론이고 상호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시는 민선6기부터 사람의 도시를 표방하며, 다울마당 운영 등 시민과의 소통에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매진한다 한들 모든 시민의 양해를 구하는 일은 지난하다.

우선적으로 악마의 편집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내세우기까지 행정이 먼저 잘못은 없는지 시민이 맡긴 공공의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다시 꼼꼼히 살피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왜곡된 사실이 시민들에게 혼동을 야기하고, 시 전체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도록 호도하기 때문이다.

팩트는 무엇인지, 그간 경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식으로 이슈를 풀어나갈 것인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만이 악마의 편집을 양산해 내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이 통하는 날을 갈망하며 어찌보면 악마의 편집은 행정에게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성실하게, 더 진정성 있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만이 악마의 편집이 아닌 천사의 편집이 주는 감동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지름길 일 것이다.

사람의 도시, 무엇보다 시민들의 희망과 행복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전주시의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통(通)하는 날을 갈망해 본다.

/민선식 전주시복지환경국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