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대 엉터리 차선도색 시공 덜미
21억대 엉터리 차선도색 시공 덜미
  • 윤홍식
  • 승인 2019.06.0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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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업체-무면허 하도급업체
대표 29명-준공검사 공무원
불구속 입건··· 원가 줄이려
저가유리알 사용등 부실시공
4일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차선도색 불법 하도급 부실시공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가 차선 도색 시 사용하는 고휘도와 일반 유리알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이원철기자
4일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차선도색 불법 하도급 부실시공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가 차선 도색 시 사용하는 고휘도와 일반 유리알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전주시와 LH공사 등이 발주한 차선 도색 공사를 수주한 후 무면허 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줘 부실 도색을 발생케 한 건설업자와 이를 묵인한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A씨(40) 등이 운영하는 도색업체 20곳과 무면허 하도급 업체 9곳의 대표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부실시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내준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전주시 소속 공무원 B씨(38)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 업체 대표들은 지난해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21억원 상당의 차선 도색공사 24건을 맡아 원가를 줄이려고 자재를 적게 사용하는 등 부실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가 유리알을 쓰거나 도색을 얕게 바르는 등 부실시공을 했고 1.5~1.8㎜ 두께여야 할 차로의 도막(도로에 발린 도료의 층) 두께는 그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야간이나 비가 내릴 때 운전자의 차로 인식을 도울 휘도(차선의 밝기)도 기준치에 못 미쳤다.

그 결과 공사가 끝난 지 넉 달이 채 안 된 도로조차 ‘재시공’ 판정을 받을 만큼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실시공한 도로 중에는 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 보호구역’ 3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 B씨는 시방서에 규정된 자재와 적정 시공 여부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공사가 잘 마무리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전주의 한 초등학교 주변 신설도로가 반사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휘도’ 측정 없이 준공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 이들을 검거했다.

A씨 등은 총 21억원 상당의 차선도색공사 24건을 수주한 뒤 하도급을 주는 대가로 공사 금액의 30~40%(6억2천만원 가량)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처음부터 차선 도색 공사를 직접 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도장 면허만 가지고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직접 시공할 능력이 없어서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고 범행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차선의 재도색은 보통 2년을 주기로 하는데, 이들이 시공한 차선은 6개월 만에 기준치 이하로 휘도가 떨어졌다.

야간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범죄로 판단하고 신속히 수사했다”며 “세금을 사적으로 편취하는 불법 교통 시설물 공사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원칙으로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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