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염이 올해 혜택으로 돌아온 듯하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당장 올 여름부터는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이 9951원에서 1만7864원 가량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1년 만의 폭염으로 불거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에 누진제 한시 완화 카드를 꺼냈던 정부가 항구적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모두 세 가지다.

1안은 3단계 누진제를 유지하되 7, 8월에만 지난해처럼 적용 구간을 늘리는 안이다. 2안은 이 두 달만 요금이 비싼 3단계를 없애는 방안, 3안은 아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대체로 부담을 줄여주는 쪽인데 정부의 고민은 혜택 범위가 가장 넓은 방안과 부담 경감이 가장 큰 방안, 논란을 근본 해소하는 방안이 다 다르다는 데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3가지 안 모두 대체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인하 효과가 커지는 구조다.

그저 소비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좋은 일이지만 국가적 입장에서 보면, 그게 그렇게 쉽게 이야기될 사안은 아니다.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 누진제만 완화할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전력수요 관리는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혜택 범위는 1안이 1629만 가구로, 각각 887만 가구, 609만 가구인 3안과 2안을 앞서고 있다.

반면, 1안의 평균 요금 절감액은 1만142원으로 1만7864원인 2안보다 훨씬 적다.

1안은 또 누진제 유지를 위한 땜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7, 8월만 누진제를 없애는 2안은 전력을 많이 쓰는 가구가 혜택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누진제를 아예 없애면 논란은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만 1400만 가구가 되레 월 4300원 정도 더 낼 수도 있다.

한국전력이 거액 적자에 시달리는데 부담 경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문제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정부의 재정이나 기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전기요금 폭탄에 울상인데 한전 직원들은 적자경영에도 1인당 평균 2천만 원, 임원들은 평균 2억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적 눈총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과 기금으로 부족분을 메운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연유 때문에 해마다 누진제에 대한 존치 입장이 번복되어 왔다.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적자 운운하며 누진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흐지부지 된다면 한전은 물론 정부 역시 그야말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지 모른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