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상위 영화-드라마 연 50편
생산 70억-고용 200여명 달해
영화 '기생충' 전주서 촬영
드라마 '녹두꽃' 고창읍성
선운사서 진행 관람객 늘어
영화 '7번방의 선물' 파급효과
익산교도소세트장 대표명소로
민자유치 문화-관광산업 연계
자원 개발 등 전략마련 요구돼

바야흐로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수만 대의 자동차보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더 큰 부가가치를 낳는다.

직간접 적으로는 관광과 산업을 일으키기도 해 지역경제와 매우 밀접하다.

전북에서도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촬영지가 관광은 물론 지역경제를 이끄는 독립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전북이 영화 촬영지로 뜨는 비결과 그간의 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전북, 제2의 헐리우드를 꿈꾸다.

영화의 도시 전북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꽤 매력적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해 있는데다 산, 바다도 모두 끼고 있어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면 어떤 장면도 연출해 내는데 어려움이 없다.

여기에 역사적 의미를 더한 장소마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이야기를 풀기에도 좋다.

농촌의 한적함과 도시의 화려함, 구도심의 낡은 골목, 서해안의 바다와 산촌마을 등이 공존해 있어 다채로운 스토리가 가능하다.

그 덕에 매년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전북에서 찍히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도 영화 촬영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주시 풍남동과 교동은 한옥이 가장 잘 보존돼 조선시대 또는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데 안성맞춤이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걷고 싶은 거리도 번화가를 찍는 데 손색이 없다.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한정식 등 음식맛도 뛰어나 장시간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제작진들의 고민거리를 덜어준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이에외도 전주에서 한 시간 거리면 모두 닿을 수 있는 곳에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을 갖춘 고창 김정회고가, 장수 장재영가옥, 임실 이웅재고가, 남원 금동 종가집, 김제 장현식가옥, 완주 진천송씨우산종중 등이 있다.

영화의 도시답게 2001년 설립한 전주영상위원회의 지원도 가희 전폭적이다.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교통과 엑스트라 협조가 빨라 어느 지역보다 완성도 높은 촬영이 가능하다.

영화종합촬영소까지 만들고 제작자들이 촬영 뒤 후처리를 할 수 있는 영화제작소를 설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영상위원회는 매년 5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주시가 매년 영화와 드라마를 유치해 얻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직접 효과 50억~60억원, 생산유발 60억~70억원, 고용유발 2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풍부한 공간적 배경', '단거리 이동의 장점', '영상위의 지원' 등 삼박자가 완벽히 어우러져 있다 보니 전북은 영상 촬영하기 가장 좋은 지역이라는 평가다.

지금 '전북'하면 가장 핫한 촬영지는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녹두꽃'이 나오는 장소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주에 개봉해 벌써 400만 관객을 돌파, 전북의 매력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영화 속 저택은 줄거리의 대부분이 전개되는 중요한 장소인데, 그 저택씬(scene)을 모두 전주에서 촬영됐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150일 넘게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진행됐는데, 그 분량이 77회 중 45회로 절반을 훨씬 웃돌아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저택은 실제 사람이 지낼 수 있을 정교하게 만들었고, 대기업 회장의 자택을 본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따라가기 위해 작은 조명까지도 가정용으로 설치해 현실감을 드러냈다.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두 가족'이 공생을 꿈꾸는 곳으로 표현되는 이 저택은 관객에게는 웃음과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전주 평화동의 한 PC방과 주변 거리도 야외촬영지로 포함, 중소도시의 풍경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담겨졌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녹두꽃' 역시 고창에서 촬영되면서 고창읍성과 선운사를 찾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휴먼스토리다.

고창군에 따르면 주말이면 고창읍성 동헌에 많은 관람객들이 평근당을 배경으로 줄지어 사진을 찍는 광경이 흔하게 연출되고 있다.

평근당은 드라마에서 전라감영으로 나오는 장소로, 평소에는 고창읍성을 찾은 군민들과 관람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던 곳이라 한다.

또 동학군과 관군의 전투신이 촬영된 ‘선운사’, 남녀 주인공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운산 산책길’, 형과 아우가 진한 우애를 나눴던 ‘복분자주’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여기에 최근 ‘무장읍성’에서도 드라마 초반부의 핵심 장면들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 연기자와 스텝 등 100여명이 고창지역 숙박업소와 식당을 이용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000만 관객이 몰고 온, 전북의 경제학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왕의남자', '광해'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은 전북관광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들 영화의 상당 분량을 전북에서 촬영, '영화 1천만 흥행 보증수표'에 전북이 버티고 있음이 각인됐고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수 천 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 한 편이 전북관광 위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7번방의 선물’ 영화촬영지로 떠오는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아예 국민 교도소로 불리기까지 한다.

익산관광은 7번방의 선물 상영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될 정도다.

교도소세트장 관광객은 지난 2016년 2만6천명에서 2017년에는 10만2천명으로, 지난해에는 12만명으로 5배 이상 관광객이 급증했다.

익산시 성당면 마을 어귀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이곳은 애초 교도소 자리가 아니라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가 있던 자리다.

지난 2005년 영화 ‘홀리데이’를 제작하면서 촬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내부 교도소 동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동 내부를 철제 계단으로 만들었기에 관람객들의 발소리에도 분위기가 써늘하다.

유리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할 수 있는 면회장, 취조실, 독방 그리고 '양보는 미덕을 낳고 주먹은 후회를 낳을 뿐이다' 등의 교화 문구는 사뭇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이곳은 '감빵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이색 세트장이다보니, 가두어질 수 있는 시간과 자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익산교도소세트장은 2005년 이래 현재까지 300편 이상의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됐다.

‘시그널’, ‘구해줘’, ‘크리미널마인드’, ‘얼굴 없는 여자’, ‘최강배달꾼’ 등 각 방송국의 대표 드라마뿐만 아니라 ‘타짜’, ‘컨트롤’, ‘불한당’ 등 영화촬영지로 꾸준히 인기다.

‘왕의 남자’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80% 이상 촬영됐다.

특히 중반부 이후 대부분을 차지하는 궁궐 신은 테마파크 내 궁궐 세트를 배경으로 했고, 왕의 사냥장면도 고창읍성이 촬영했다.

당시 ‘왕의 남자’ 성공 이후 영화에서 본 배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관광객은 70% 이상 급증했다.

또 광대들의 놀이와 대조됐던 궁중음악 연주단이 대거 도내 대학생 가운데 선발됐고, 영상을 전공하고 있던 지역의 대학생들이 현장 인턴으로 뛰었다.

보조출연자로 지역에서 2천800명이 동원되고 궁궐 세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들도 모두 전북에서 수급했다고 하니, '왕의 남자'가 전북에서 일으킨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분석이다.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왕의 남자' 이후에도 '불멸의 이순신',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에까지 대박의 기운을 불어 넣어줬다.

'실미도'는 극중 마지막 클라이막스였던 버스 대치와 폭파 장면을 부안 개화면에 대방동 거리를 재현해 촬영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옛 전주공업대학에서 보조출연자 300여 명을 동원해 진행됐고, 한옥마을 정동성당 등도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처럼 영화, 드라마 콘텐츠 사업이 지역경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면서 세트장 주변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영화, 드라마 세트장의 상당수가 반짝 특수를 누린 뒤 매년 예산만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산업이 지역의 문화·관광산업과 연계돼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민자 유치나 주변 관광자원 개발 등 세밀한 전략마련이 요구된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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