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 흥행 편승
촬영지 관광객몰이 성황

연평균 55편 촬영 지원
경제적 파급효과 커
직접 지출비 53억 추산
생산유발 64억 등 창출
96명 일자리창출 동반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
관광 연계 대안 등 추진
전문인력 양성 힘써야

지난 한해 동안 도내에서는 총 64편의 영상물이 촬영됐다.

매년 수십편의 영화가 전북의 지원으로 제작되면서 한국영화의 산실 역할을 튼실히 해내고 있다.

특히 도내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전북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관광객도 증가하면서 경제 유발효과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전북의 경제지도를 바꿀 수도 있는 잘 키워낸 전북지역 촬영지는 어디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 전북, 이곳에 가면 "나도 주인공"

"전주 경기전과 고창읍성, 완주 상관과 부안변산, 군산과 새만금 등 …"전북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에 흥행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전북 곳곳이 누리꾼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동학농민운동’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녹두꽃’은 현재 정읍 김명관 고택과 고창읍성, 선운사 등지에서 촬영중이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주요 촬영장소인 고창읍성과 선운사, 김명관 고택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촬영지를 비롯해 근처 관광지를 방문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숙박시설을 잡기 어려울 정도라는 후문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전북 전주에서 촬영됐다.

‘기택’ 가족과 ‘박사장’이 공생을 꿈꾸는 공간이자 자본주의와 불평등계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저택이 전주영화종합촬영장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재미와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곳이자 영화의 핵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인들의 단골 촬영장소인 경기전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역린’, ‘창궐’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등이 거쳐갔다.

특히 미스터 선샤인은 경기전을 비롯해 부안영상테마파크, 조경묘, 남원 서도역 등 전북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외에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준익 감독의 ‘변산’은 부안 일대를, 천만 관객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은 익산시에 위치한 익산교도소세트장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1998년 개봉한 심은하,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 장원이 운영하는 초원사진관은 군산에 자리하고 있다.

심은하가 연기했던 다림과 한석규가 열연한 장원을 만나게 해 준 공간이자, 사랑이 싹트는 장소로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한 곳이다.

초원사진관은 현재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주말에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박해일과 류승룡이 연기한 남이와 쥬신타의 추격전이 펼쳐졌던 울창한 숲은 완주군 상관면 공기마을의 편백나무 숲이다.

영화촬영 이후 영화 흥행과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았다.

왕과 세자로 만나 아버지와 아들의 연을 잇지 못한 운명,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린 영화 ‘사도’는 고창 객사를 프레임에 담았다.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어두운 감정을 극도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됐다.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왕을 가지고 놀았던 남사당패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의남자’는 주인공 공길이 대나무 숲에서 말을 타고 쫓기는 장면을 고창 맹종죽림사적에서 찍었다.

지난 2017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도 고창 청보리밭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의 시작을 뜻하는 장소이자, 결혼식 장면 등 TV 자주 등장했던 고창 메밀밭은 드라마 이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송강호, 박해일 주연의 영화 ‘나랏말싸미’ 역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와 전주 경기전, 향교, 부안영상테마파크를 배경으로 삼았으며, 올 하반기 개봉 예정 중인 전도연, 정우성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전주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외에도 마동석 주연의 영화 ‘나쁜녀석들-더 무비’, 유해진과 류준열이 출연하는 ‘전투’ 등은 각각 완주 동원리와 부안 새만금 간척지에서 촬영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 경제적 파급과 마케팅 효과

전주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전북에서는 2007년부터 한 해 평균 55편의 영화를 촬영 지원했다.

2017년과 지난해의 지원 편수가 가장 많았는데 각각 66편, 62편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낌없는 지원으로 도내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크다.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문화융복합 아카이빙 연구소에서 실시한 ‘2018년 전북·전주 로케이션 영화영상물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해 촬영을 진행하면서 도내에 유입된 직접 지출비용(인건비, 숙박비, 식비, 세트제작비 등)은 53억으로 추산된다.

생산유발 효과는 약 64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6억원이었고 이는 96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동반했다.

생산유발효과를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과 임대 부분이 약 30.5억원(47.7%)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음식점과 숙박서비스 부분이 약 16.5억(25.8%), 운송서비스 약 3.4억(5.3%), 사업지원서비스 약 2.9억원(4.5%)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가가치 유발효과랑 이어지는데, 부동산과 임대 부분이 22.3억원(61.7%)로 가장 많은 비중을 보였다.

음식점과 숙박서비스 약 6억원(16.6%), 사업지원서비스 부분이 약 2억원(5.5%)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유발 효과에서는 음식점과 숙박서비스 부분이 약 35명(36.2%)을 차지했다.

이어 부동산과 임대부분이 31명(32.7%), 사업지원서비스가 9명(9.6%)의 순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우수한 영화인력이 연수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인턴십을 운영해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업 종료 후에는 네트워크 지속관리로 지역 영상인력의 직무 연속성 확보와 전문영상 기술습득 기회부여를 통해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전북에서 인턴십을 신청한 단체나 업체는 모두 15곳(명)이며 이 중에서 12명을 지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영화·영상물에 대한 제작만으로도 파생되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전북 이미지에 대한 마케팅 효과도 뛰어나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제복을 입은 유진 초이(이병헌)와 독립운동가의 신분을 속인 양반가 규수 애신(김태리)의 첫 대면 장소인 남원의 서도역은 국내에 몇 없는 1930년대 목조 건물이 남아있다.

때문에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때의 감성이 느껴지는 장소로 드라마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북은 대부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전북의 대표 관광명소인 한옥마을부터 군산, 익산, 남원까지 다양한 시대적 환경과 독특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섞여 묘한 감성이 묻어난다.

도시의 현대적 모습과 옛 풍경의 이질적 정서를 담아낼 수 있어 전북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2001년부터 매년 봄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관객들의 영화관람, 영화인을 위한 프로젝트마켓,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한민국 대표 영화축제로 입지를 굳혔다.

덕분에 영화·영상 인프라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태생하고 연계되는 것은 물론, ‘전북=영화’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겨 영화 촬영지로 찾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전북을 영화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자양분이 된 셈이다.



▲전북 발전시켜 나가야 할 앞으로의 방향

영화 제작부터 축제까지 다양한 인프라를 보유한 전북의 영화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좋은 곳으로만 머물러선 안된다.

촬영지가 알려지게 되면 적지 않은 경제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지만, 영화제작 관련 기반 산업이 지금보다 확장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대학과 연계해 스태프와 배우 등 영화 관련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노출로 전북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요구된다.

한승룡 전주대 영화과 교수는 “스튜디오와 야외 세트장을 겸비한 영화종합촬영소를 비롯해 전주영상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들은 매우 수준급으로 전북은 행정서비스와 제작 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며 “그러나 인력 양성 기관이 매우 적은 편인데, 부산의 경우에는 영화과가 굉장히 많아 관련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대학은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곳인데, 교육기관이 적다는 이유로 인재 양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대학이 아니더라도 영화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역 영화산업 활성화와 이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효과를 보다 극대화 시키려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러한 여건들이 모두 갖춰졌을 때, 전북이 한국 영상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제안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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