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자사고 운명 이대로 끝나나···
상산고 자사고 운명 이대로 끝나나···
  • 정병창
  • 승인 2019.06.20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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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79.61점 공식 발표 0.39점 모자라
사회통합전형-학생교육비 최하점
상산고 학부모-총동문 항의 시위
교육단체 "재지정 취소 짜맞추기"
전교조 "자사고 공교육 파행낳아"

전국 23개 자사고 좌불안석 놓여
최대 절반 이상 퇴출 가능성 예상
교육부 일괄전환방식 선 긋어
정부 정책기조따라 폐지쪽 무게
최종 결정권 장관 동의 얻어야
중3 학생-학부모 혼란 불가피해
지정취소 확정시 행정소송 대응
지원 희망학생 입시 전략 재검토
도교육청 재지정 기준 까다로워
형평성 논란 커 최종판단 미지수

자율형사립고의 ‘원조’격으로 알려진 전주 상산고가 전국 자사고 중 올해 처음으로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 이하를 받으면서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앞으로도 청문 절차 및 교육부 장관 동의 등의 절차과정도 남아 있어 아직 자사고 폐지를 단언키는 이르다는 교육계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최종 동의가 이뤄질 경우 상산고는 정부 자사고 폐지 정책 첫 희생타로 17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특히 자사고 제도가 시작된 후 평가에 의한 첫 강제 전환 사례로 역사에 새겨지게 된다.

상산고는 이 같은 결정에 형평성을 제기하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상산고를 선례 삼아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같은 처지의 자사고들 사이에서도 재지정 취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자사고 폐지’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교육계 또 다른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자사고 지정취소 위기에 몰린 상산고의 현주소와 자사고 재지정평가 형평성 논란, 교육당국과의 갈등, 사회각계 반응, 법적 분쟁 예고, 교육현장 혼란 등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분석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진보성향 교육감들, 자사고 교육획일화 보완 취지로 도입…고교서열화·입시위주 교육 비판

자사고 제도의 시초는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김영삼 정부 때 제안되고,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도입된 자립형사립고다.

1974년 시작된 고교평준화로 교육이 획일화한다는 우려가 계속되자 역대 정부는 여러 고교유형을 만들어 이에 대응했는데 자사고도 그 중 하나다.

이후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때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49개교로 증가했다가 현재는 전국적으로 42개교가 운영 중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상대적으로 큰 자율성을 갖는 대신 국가에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교육과정운영비 등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

재정지원이 없다 보니 학부모부담금(학비)이 일반고 3~4배 수준으로 비싸 일각에서는 자사고를 '소수계층을 위한 특권학교'로 규정하기도 한다.

여기다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을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에 대해 자사고들은 입시실적이 좋은 데서 오는 오해라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해 입시실적이 좋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고교서열화를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보성향이 있는 교육감들은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해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자사고들은 수월성 교육과 학생의 학교선택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반고 문제는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여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상산고, 0.39점 간발의 차로 자사고 지정 취소 운명 놓여

전북교육청은 20일 그간 추진해온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상산고가 100점 만점에 79.61점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북교육청의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교육부 권고안과 타 시도교육청의 기준점 70점보다 보다 10점이 높은 80점이다.

전북교육청은 2014년 3월1일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상산고의 학교운영 평가 전반을 심사했다.

평가 결과, 상산고는 31개 지표 중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4점),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5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5점),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3점),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2점) 등 15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지표에서 4점 만점에 2.4점,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에서는 2점 만점에 0.4점 등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자율학교 등 지정 운영위원회' 회의에 알렸고 위원회는 전날인 19일 심의과정을 거쳤다.

이 자리서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참석 위원 9명 중 7명 찬성으로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전북교육청에 통보했다.



▲상산고 학부모 및 동문 등 반발 심화 “전북교육이 죽었다” 평가 발표

당일 전북교육청 앞에는 전국에서 온 상산고 학부모와 총 동창회 동문 등 200여 명이 도열해 진을 쳤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학부모들은 '거지 같은 행정절차 엿 먹어라' '교육감 감사 10점 높게 김승환이니까 20점 높게' '상산 1,000명 단칼에 베어내는 망나니'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나섰다.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교육청이 요청한 경찰 180여 명이 청사 주변을 에워쌌다.

단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교육청 청사 앞에는 '상산은 모든 룰을 지켰습니다. 김승환 교육감님 당당하십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 옆에는 근조화환 네 개가 놓였다.

임태형 상산고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북 교육 정상화를 짓밟은 전북교육청에 조의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시사했다.

그는 이어 "전북교육청 평가는 '자사고 폐지'만을 위한 짜맞추기 수순이었다"며 "김 교육감이 학교 현장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으면 모교 입장에 맞춰 법적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부모·도민들과 함께 강력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시민단체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환영' '반대' 반응 엇갈려

이처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가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사립초중고학교법인협의회는 "전북에 소재한 자사고는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되고 타시도 소재 자사고는 70점만 넘어도 지정이 유지되는 매우 불균형된 교육여건"이라며 "교육부는 책임부처로써 시도별로 평가기준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는 자사고 취소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는만큼 불공정한 상산고 재지정 탈락을 즉각 철회하라"며 "교육부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타 시도는 모두 70점인 반면 전북만 80점인 것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재지정취소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추기 평가를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자사고 존립을 원함에도 일방적으로 재지정 취소하는 것은 교육 독재이며 학생, 학부모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논평을 통해 "상산고가 기준 점수에서 미달한 것은 평가단의 서면평가와 현장평가에서 재지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절차에 따라 이뤄진 평가라면 교육감은 재지정을 취소하고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고는 고교서열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사교육비 부담 등 공교육 파행을 낳았고 이러한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높다"면서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산고 선례 자사고 폐지 신호탄 될까?...자사고들 긴장감 팽배, 최종 결정권 교육부 몫

자사고 재지정평가에 아쉬운 고배를 마신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평가를 받고 있는 전국 23개 자사고들도 불안감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좌불안석에 놓였다.

전북교육청의 80점보다 10점 낮은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만, 70점도 이전 평가 때보다는 올라간 점수다.

민족사관고(강원)를 포함해 하나고(서울), 포항제철고(경북) 등 각 지역 명문고들이 자사고 재지정을 확언할 수 없게 됐다.

서울의 경우 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종합감사에서 대부분의 자사고가 재지정평가 감점 요소가 확인돼 학교마다 평균 3.5점 가량 감점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최대 절반 가량이 이상이 퇴출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자사고 평가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국정과제를 달성할 마지막 남은 수단으로 본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자사고 설립·운영 근거를 없애는 소위 '일괄전환'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 지정·지정취소 권한은 법적으로 각 교육감에게 있지만, 사실상 '최종결정권자'는 교육부다.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지정 취소하기 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평가 때 서울에서 6개 학교가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됐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교육청 결정을 직권 취소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년 평가에서는 4개 학교가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됐지만, 이 중 미림여고만 일반고로 전환했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자사고 문제는 교육감 권한인 만큼 이들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 재지정평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평가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각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결정하면 이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점이 타 자사고보다 10점 높은 상황에서 기준점을 매우 조금 밑도는 점수를 받은 점,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와 달리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된 학생 비율'을 정량평가받은 점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교육부도 깊이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산고 선례로 자사고들 무더기 행정소송 예상…고입 혼란 불가피

상산고가 기준점에 미달해 자사고 지정취소 위기에 놓이면서 다른 자사고들도 폭풍전야 상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사고들은 향후 만약 지정이 취소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도 불사할 모양새다.

이로 인해 올해 고입을 앞둔 중3 학생·학부모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24곳 중 절반 정도가 지정취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상산고가 70점대 후반을 받아 서울 자사고들은 재지정을 기대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현 정부가 자사고를 폐지할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아도 정성평가에서 감점시켜 탈락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사고들은 지정취소가 확정되면 행정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산고 측은 “교육청 청문 등에서 평가의 부당성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끝내 지정취소 결과가 나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자사고 교장들도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수용할 수 없는 결과 나오면 즉각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평가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청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사고 폐지를 저지하는 학부모들의 반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산고 재학생 학부모 200여명은 도교육청 앞에 모여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고,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도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정동교회 앞에서 서울시교육청까지 도보 행진을 하며 불공정한 자사고 운영평가를 규탄했다.

자학연은 성명서를 통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를 흔들어 학생·학부모에서 혼란과 불안을 주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며 “운영성과평가가 자사고 지정취소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면 자학연은 모든 학교·동문·유관단체 등과 함께 자사고 폐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하는 중3 학생들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보통 2020학년도 고입 세부계획이 9월에는 확정돼야 하는데, 학교와 정부 간의 소송전이 확산될 경우 계획수립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

또 지원 희망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어 입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가능성도 높다.

도내 중3 자녀를 둔 김성자 학부모는 “아이가 자사고에 가고 싶다고 중1 때부터 목표를 세워서 준비했는데 일반고로 바뀌게 되면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입도 대입처럼 3년 예고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까진 풀어야 할 문제 산적해

자사고에 대한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2014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장관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 결정하되, 이 기간은 필요할 경우 2개월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 최종적으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상산고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자료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자사고 폐지 쪽으로 기울어있어, 교육부가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평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교육감의 (평가 및 재지정)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이 타 지역에 비해 '까다롭다'는 형평성 논란이 거세 교육부의 최종 판단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타 지역의 기준 점수는 모두 70점이다.

도내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절차상으론 장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교육부가 반대하더라도 또다시 교육감이 '직권취소' 등으로 맞설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교육청은 관련법령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하는 청문주재자가 다음달 초 상산고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 7월 중순경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후 교육부장관의 자사고 취소 동의를 얻어 8월 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한 뒤 9월 중순경 상산고를 포함해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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