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72를 연간 복리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된다’는 ‘72 법칙’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가령, 은행에 연 15% 이자율로 1,000만원을 맡길 경우 이 원금에 이자가 붙어 2,000만원이 되는 기간은 4.8년이라는 의미이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는 실제로 그랬다.

요즘에는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2% 내외이니, 무려 36년간 돈을 맡겨야 원금이 두 배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자에서 제하는 세금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이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수많은 종목의 정보를 얻고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자칫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터넷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누적 수익률 1,800% 달성’, ‘1년 최소 300% 수익 가능’ 등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자극적인 광고 문구들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주식투자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을 한다.

주로 ‘OO투자클럽’, ‘△△인베스트먼트’, ‘XX에셋’ 등과 같이 제도권 금융회사로 혼동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알고 보면 금융당국의 감독·검사를 받는 금융회사는 아니다.

투자자문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의 경우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자기자본과 임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각종 설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어야 하는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영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15년 말에 959개에 불과했던 업체 수는 올해 5월 말 기준으로는 2,312개에 달한다.

자격 요건에 대한 별다른 심사 없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금융감독당국의 사후 관리·감독도 제대로 받지 않다 보니, 해당 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8년 중 주식투자정보서비스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7,625건으로 ’17년 대비 4.1배나 증가했다.

주요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과다 청구’와 ‘이용료 환급 거부·지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즉, 소비자가 업체로부터 제공되는 투자정보에 따라 막상 투자해보니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많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59%가 50대와 60대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퇴직을 앞둔 시기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 자칫 노후 생활 안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더욱이,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불법적인 영업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미리 사둔 비상장 주식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하여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사례나,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선전하면서 해외선물 투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 SNS와 TV 방송 출연을 통해 주식투자 전문가로 유명세를 탄 뒤, 이를 악용하여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도 유사한 유형의 사기 범죄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감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7월부터는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요건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고, 부적격 업체에 대해서는 퇴출 절차가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현명해질 필요도 있다.

고수익 보장 광고에 현혹되어서는 안되며, 주식투자정보서비스 중도 해지시 환급 조건과 위약금 수준 등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 바 있다.

주식투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종목 추천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막연히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학교 시험에 비유하자면 주식투자정보서비스는 시험의 정답을 기재한 답안지가 아니라, 시험을 보는데 도움을 주는 참고서일 뿐이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주식투자정보서비스가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는 참고서인지 보다 신중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