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합니다.”

비리의 종합백화점이라 불리며 전국적 논란이 됐던 전주의 한 고교 교사들이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떤 교사들은 큰 절을, 어떤 교사들은 한동안 흐느끼기도 했다.

다름 아닌 최근 수십 억대 비자금 조성 등 사학비리가 발각돼 완산학원 설립자가 구속된 전주완산여고 교사들이다.

이 학교 20여명의 교사들은 최근 전교생이 모인 학교 강당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문을 낭독했다고 한다.

교사들을 대표한 이 학교 교장은 “여러분들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교장으로서 진심을 담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키 위해 모든 교사가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한 번 더 믿어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사과문 낭독 후 박 교장을 비롯해 교사 20여명은 학생들 앞에 일렬로 서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향해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고서 한동안 울먹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괜찮다”며 교사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와서 해명하고, 사과해야할 교사들은 모두 빠졌다고 한다.

임용과 승진 과정에서 학교와 재단 측에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교사들은 사과문 발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교사들에 대해 전북교육청 감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검찰도 학교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모든 교사가 사과문 발표에 참여키로 했으나 출장과 교과 연구 등으로 20여명만 참석했다고 한다.

정작 사과에 나서야할 부정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머리 숙일 용기마저 없었던 것이다.

예부터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경외로운 것이었다.

이는 배우는 사람들이 스승의 대하는 기본적 태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완산여고 사태를 보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할 교직원들이 학교자금을 빼돌리고, 돈으로 자리를 샀다.

그런 이들이 가르치는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할리 만무하다.

이 학교 다수의 교사들은 참 교육자로써 살아왔으리라 믿고 싶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는 몰랐다.”

책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일과 직접 관련이 없다손 치더라도 도민들은 다 같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써 이런 부정을 묵인한 도의적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과가 단순히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학교가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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