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 삼례초 교사 음주차량에 숨져

만취상태 2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수술끝에 숨져
딸과 통화후 사고 더 안타까워
경찰, 구속영장 신청 엄벌

“사랑하는 딸 엄마 회식 끝났어. 집 앞인데 치킨 사갈까?”

“엄마, 나 다이어트 중이니까 안 먹을래요. 얼른 오세요” 지난 18일 밤 완주 삼례초등학교 교사 백정선씨(55·여)가 딸과 나눈 대화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무분별한 음주운전이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한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백씨는 지혜로운 아내이자 세 딸의 따뜻한 엄마,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27일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께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한 도로에서 이모씨(28)가 몰던 코란도 승용차에 치인 백씨가 사고 엿새 만에 숨졌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를 향해 발을 뗐던 백씨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온 차량에 치여 20여m를 튕겨 날아갔다.

경찰은 딸과 통화한 지 불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사고를 목격했던 시민은 백씨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고, 한달음에 도착한 가족은 백씨를 보고 울며 가슴을 쳤다.

엄마를 부둥켜안은 딸은 “10분 전에 치킨만 사오라고 했어도...”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119구급대에 의해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백씨는 수차례 뇌 봉합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 24일 끝내 숨을 거뒀다.

백씨의 가족은 다음 달 해외여행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경찰에 체포된 운전자 이씨는 알코올수치 측정 결과 운전면허 취소기준을 훨씬 초과한 0.194%의 만취 상태였다.

목격자 박모씨는 “사고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던 행인을 친 뒤에야 멈춰 섰다”며 “달려가 보니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고 전했다.

백씨는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도 가족 끼니를 제때 챙기고 딸들과는 자매처럼 지냈다.

남편의 바쁜 사회생활도 폭넓게 이해하면서 살뜰히 내조했다고 한다.

체육을 전공한 고인은 동료와 제자들에게 싹싹하고 배려감 넘치는 동료이자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백씨 남편은 생전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가족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오로지 가족만 바라보며 산 사람이었다”며 “퇴근할 때는 가족이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봐 치킨이나 만두 등 간식거리를 꼭 챙기곤 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실수로 한 가족의 꿈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음주 사고로 인해 또 다른 이들이 고통 받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씨가 음주 상태에서 과속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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