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찰-고택등 원형 잃어가는 꽃살문
국내외 알리기 위해 20여년 답사 결과물
화려함-은은함 우리 문화의 결 느끼게해

한국의 꽃살문을 최초 조명한 책자가 발간됐다.

이종근의 신간저서 ‘한국의 미, 꽃문’이 그 주인공으로 원형을 잃어가는 한국의 꽃살문을 국내외 알리기 위해 20여 년 답사를 거친 결과물이다.

꽃살문은 세계 어느 건축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예술성이 깃든 조각품이며, 특정 종교의 예술의 가치를 넘어 우리 민족의 뛰어난 문화유산이다.

법당의 문은 중생이 이승의 티끌을 털고 부처의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경계이기에 불고에서는 최상의 장엄을 표현하는 꽃으로 장식돼 있다.

특히 꽃살문은 격자살문과 빗살문, 솟을살문 등 전통 사찰의 출입문에 새겨진 다양한 무늬를 말한다.

주로 교살문, 격자살문의 교차된 부분에 꽃무늬를 붙여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 담백한 아름다움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선시대 꽃살문은 소박하고 단순해 따뜻한 정감을 전해준다.

중국 사찰의 문에서 보이는 화려함과 일본의 간결함과는 또다른 매력이다.

꽃살문의 재료는 함부로 고르지 않는다.

100년에서 300년 묵은 춘향목을 고르되 북쪽을 보고 자란 부위만은 택해 문살을 만든다.

북쪽을 바라본 나이테가 촘촘한데 나이테가 촘촘할수록 비바람에 강하다.

이 나무를 3년간 말려 4년째 되는 해 창고에 들여 보관한 다음 비로소 꽃살문을 만들 수 있다.

경주 불국사, 양양 낙산사, 오대산 월정사, 남원 실상사 등 각종 사찰은 물론 궁궐 그리고 청도 운강고택 등 양반가의 다양한 문양을 엿볼 수 있다.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이나 전주 학인당, 정읍 영모재, 김명관 고택 등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만큼 담아냈다.

우리네 꽃살문은 건물에 새겨진 수많은 의미와 상징들을 나름대로 섬세하게 담아내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몰랐던 우리 문화의 결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아늑함을 주면서 무한경계의 환경예술로, 이 속에서는 삶의 쉼표와 함께 정한과 열정 그리고 무욕무문의 기도가 숨쉬고 있다.

그윽한 향기 그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온 우리네 꽃살문은 바람에 떨어지지 않아 천년 만년 피어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꽃살문은 화려하되 야하지 않고, 은근한 멋을 풍기는 삶의 꽃밭으로 다가온다.

‘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는 말고 즐거워도 정도를 넘으면 안된다’는 말을 반추하듯 영원히 시들 줄 모르며 방실방실 사람들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꽃살문은 오늘도 꽃 가운데 영원히 시들지 않은 한국의 꽃문을 통해 꽃보다 아름다운 희망가로 응원하게 된다.

이번 책자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의 미 꽃문’에 이은 꽃살문 완결편으로 방일영문학재단 언론인 저술 지원대상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는 “만약 누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지 않는 꽃과 흔들리지 않는 나무를 구해오라면 그 정답은 바로 꽃살문이다”며 “나무에 새긴 꽃무늬가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현재 2030 전주문화비전 수립 자문위원, 전주문화특별시 시민연구모임 멤버로 활동 중이며, 한국서예교류협회 및 새전북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다리풍경’, ‘우리 동네 꽃담’, ‘이땅의 다리 산책’, ‘전북야사’, ‘고창인문기행-보리 피리 잘라 고창에서의 하룻밤’ 등 23권의 책을 펴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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