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찾은 중년 배우의 극단적 선택

연극 공연 위해 전주 찾아
매니저가 욕실서 시신발견
"집에 아픈사람 많아 힘들어"
주변인 이상징후 파악못해

배우 전미선씨(49)가 지난달 29일 전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6월 29일과 30일 양일 동안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45분께 호텔 객실 화장실에 전미선이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매니저는 이날 전미선과 연락이 닿지 않자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해 객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전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매니저는 경찰에서 “아침에 (전씨가) 전화를 안 받아 호텔 관계자와 함께 (객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씨는 가운을 입은 상태로 화장실 안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인 이날 오전 1시 40분께 아버지와 4분가량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전 마지막 통화였다.

전씨는 전화 통화에서 아버지에게 ‘집안에 아픈 사람이 많아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아버지는 딸의 극단적 선택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구체적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씨 부모 모두 현재 투병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최근에는 전씨 친오빠 부인(올케)이 숨졌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어울렸으며 자살과 관련된 어떤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6월 28일 전주에 도착해 호텔에서 체크인한 후 공연팀 동료들과 밖에서 저녁을 먹고 차도 마셨다.

식사 후 일부 동료와 술자리도 가졌으나, 술은 거의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자정을 넘긴 29일 0시 40분쯤 객실에 들어갔다.

매니저가 방을 안내하고 나오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공연팀 10여 명도 같은 호텔에 투숙했지만, 밤사이 전씨 객실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전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는 이날 오전 지인들이 건 부재중 전화 여러 통이 찍혀 있었다.

2일 오전 5시30분께 전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씨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유족의 뜻에 따라 발인은 비공개로 열렸다 전씨는 1986년 베스트극장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로 데뷔해 30년 넘게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서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살인의 추억’, ‘연애’, ‘숨바꼭질’, ‘봄이 가도’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소헌왕후 역을 맡았다.

한편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플랜코리아 측이 전씨를 애도했다.

플랜코리아 측은 지난 1일 공식 SNS를 통해 “당신을 ‘홍보대사’라고 부르기가 언제나 죄송스러웠습니다. 해마다 거액을 후원하는 후원자로, 당신이 후원하신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봉사자로, 뜨거운 여름날 하루종일, 가져오신 기부물품을 직접 판매하시던 당신"이라고 밝혔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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