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20여년의 전북 정치사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을 꼽으라면 2010년 10월3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라고 생각한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손학규, 정세균(SK), 정동영(DY) 등 3인이 출마했다.

그 직전까지 ‘민주당 계보’ 정당은 전북 출신이 대표, 의장직을 거의 차지해 왔다.

10.3 전당대회.

이 선거가 안타까움을 준 것은 손학규 후보가 대표로 선출되면서 전북 출신들이 최고위원으로 밀린 것이었다.

더욱이 경선 득표율을 보면 손학규 21.37%, 정동영 19.35%, 정세균 18.41% 그리고 뒤이어 이인영 11.59%, 천정배 10.05%, 박주선 9.7% 순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3인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3% 이내였다.

경선 직전에 전북 정가에선 “정-정 대결로 손학규 후보가 어부지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고 실제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정-정은 ‘자신감’ 속에 각자도생으로 방향을 잡았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전북 출신은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 경선에서 정-정 중 한 명이 타협 또는 양보를 거쳐 대표가 됐었다면, 현재의 전북 정치권은 물론 여야 정당 구도는 매우 변화해 있을 것이다.

이 경선 이후 전북 정치권의 파워가 서서히 약화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 현실에서 양보, 타협과 같은 이상적 행위가 잘 이뤄지지 않음을 방증한 선거이기도 했다.

최근 전북 정가의 관심은 민주평화당에 모아진다.

정동영 당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는 지난 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1, 2위를 차지하면서 대표와 최고위원이 됐다.

이후에 유성엽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평화당은 정동영 대표-유성엽 원내대표 체제가 됐다.

두 의원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원외였던 정동영은 순창에 머물고 있었고 유성엽은 수 차례 순창을 찾았다.

인근 산사에서 폭음하면서 두 인사는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의기투합키로 했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호남권을 주도했고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전북 총선을 주도했던 두 인사는 현재 평화당의 주축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거를 불과 9개월여 앞두고 양 측이 극한대립으로 갈라지고 있다.

정 대표의 당권파와 유 원내대표 측의 반당권파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이 대립은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데 근원은, 양 측이 지향하는 정당의 이념과 사상의 차이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대표는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복원 추진에 대해 좌파, 극좌라는 외부 시선이 있지만 정 대표는 “극좌가 아니라 민생, 민심이 중요하다”고 반박해 왔다.

특히 평화당의 존재감을 위해선 국회 교섭단체 구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을 반대한다.

이념적으로 좌보다는 중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중도개혁이 당의 살 길이며 이를 위해 제3지대에서 모여야 한다는 것.

내년 총선을 염두하면 좌보다는 중도에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해야 총선 승리, 수권정당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전북의 현재 그리고 차기 대선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다.

당권파와 반당권파로 나눠져, 죽기살기로 대립하다 과거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안타까운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전북 정치 나아가 호남과 야권을 위해 정 대표-유 원내대표가 극적 타협을 이룰 방법은 없는가.

/김일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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