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육 없으면 금빛도 사라져
소년체육 없으면 금빛도 사라져
  • 조석창
  • 승인 2019.07.1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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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소년체전 폭언-신체접촉 난무
선수들 러브호텔 숙박 등 지적
스포츠혁신위 학교스포츠
정상화 권고안 발표 뒷배경
체전, 학생스포츠축전 개편
선수발굴-과열경쟁-장기훈련
학교생활 곤란 등 부작용 방지

체육계 현실성없는 권고안 발발
주중대회금지-합숙소폐지 등
종목별 특성-환경 고려해야
현싱레 맞는 정책 수정 제안
조기육성종목 권역별 리그시
해당학교 등 무관심 결과 초래
학교클럽 전문체육 대체불가
스포츠클럽 국내도입 시기상조
초등부 팀해체 상위학교 여파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지난 5월 25일부터 28일 전북 일원에서 개최됐다.

올해 대회는 전북 입장에서 유의미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이어 15년 만에 전북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는 역대 최고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해 관심을 끌었고, 전북 역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전북은 금32개, 은25개, 동30개 등 총8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기록종목과 체급종목 등에서 고르게 메달 획득에 성공했고, 비인기종목이 기대 이상 선전을 하면서 전북체육의 미래를 밝게 했다.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20개를 훌쩍 뛰어넘은 금32개 획득은 지난 2010년 금메달 25개도 넘어선 최고의 기록이다.

이같은 결과는 선수들 경기력 향상을 위해 물신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관계기관의 힘이 컸다는 평이다.

전북도와 14개 시군도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 업무협의와 소통도 한 몫 했다.

또 선수단 경기력 향상과 부상방지를 위해 선수트레이너를 9종목 15명을 종목별 경기장에 파견해 선수들 테이핑과 마사지 등을 제공해 부상방지와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게 했다.
/편집자주

△소년체전 폐지 수면 위로  

전북은 소년체전을 무사히 마친 채 안도의 숨을 쉬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뿐 아니라 안전대회를 통해 한 건의 사고 없이 편안한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전북을 찾은 타 시도 선수단도 크게 만족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7개 항목에 보통이상 만족도가 98.2%로 조사됐다.

또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8일간 개최된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전과 제48회 전국소년체전을 통해 지역경제 생산유발액 311억원, 부가 가치유발액 158억과 고용유발효과 700여명으로 나타났다.

체전기간 체류비용은 1인당 평균 20만원 이상 지출이 82.5%로 조사돼 전북 지역경제 유발효과도 상당히 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만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소년체전이 끝난 직후인 5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욕설과 폭언이 난무하는 대회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조사를 위해 전북 15개 체육관에서 진행된 12개 종목의 경기를 관찰하고 선수들 숙소현황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경기장에서는 코치나 감독 등이 선수들에게 고함, 욕설, 폭언, 인격 모욕 등의 행위가 서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새끼, 똑바로 안 뛰어’,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대로 안 해’ 등 화를 내며 선수를 질책하고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행위는 일반 관중이나 다른 선수들이 보는 중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졌고, 또 남성 심판이나 코치는 여학생 목이나 어깨를 껴안는 행위, 중학생 선수 허리를 잡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도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선수들의 숙박시설도 문제를 잡았다.

이들 조사단은 3곳의 모텔을 방문한 결과 욕실문이 없거나 욕조가 그대로 노출된 이른바 ‘러브호텔’ 용도 숙소에서 선수들이 숙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 보호자 없이 남성 교사가 초등여자선수 10명을 인솔한 경우도 소개했다.

때문에 별도 여성보호자가 없는 경우 성폭력 사건의 예방이나 대처가 어려울 수 있음을 인권위는 지적했다.

체육관 시설도 도마위에 올랐다.

확인된 15개 체육관 중 탈의실이 있는 체육관은 5개 시설에 불과했고, 수영장도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탈의실을 이용하지 않거나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인권위는 보고했다.

당시 인권위 관계자는 “소년체전이 아동청소년 스포츠축제가란 당초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종목별 전국대회 등의 인권상황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며 “아동 참여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위한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인권지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성공적 대회를 자처했던 전북 입장에선 난감하다 못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48회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인권위 움직임이 없다가 뜬금없이 전북에서 열린 대회에서 첫 조사를 했냐는 반응이다.

조사 결과도 대체적으로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 체육인은 “찰나 순간으로 경기 승패가 결정짓는데 어떻게 얌전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라며 “숙소 또한 전국에 이런 형태가 아닌 곳이 몇 곳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소년체전 등 큰 행사가 열리면 해당 지역은 숙소가 모자란다.

이런 와중에 ‘러브 호텔’이라도 잡은 게 그나마 다행스런 게 현실임을 모르는 조사다”고 밝혔다.

이어 “체육관 시설도 전북만 유일하게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신축은 2개 경기장에 불과하다”며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등이 열리면 주 경기장을 비롯해 각종 경기장을 신축한 타지역과 비교되는 경우다.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했으니 공간의 한계는 어쩔 수 없으며, 신축을 못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 이런 조사까지 나오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당황스런 조사가 나온 배경을 알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부는 6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진학개선, 학교운동부 정상화, 일반학생 스포츠 참여, 전국스포츠대회 개편 등 6대 분야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위는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으로 양분돼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됐음을 강조하면서 다수 학생선수들이 학습을 도외시한 채 훈련에만 매달리는 게 현주소라고 언급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반인권적 지도자 전횡 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학교스포츠 현장이 수십 년 동안 인권 사각지대로 온존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제도개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소년체전이 끝나자마자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도 이같은 맥락의 일환으로 예상되고 있다.

혁신위 권고안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전국스포츠대회 개편 내용이다.

특히 소년체전 폐지가 가장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혁신위는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고등부를 떼어내 중등부와 함께 통합 학생 스포츠축전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이 소기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우수선수 조기 발굴에만 치중해 시도간 과열 경쟁, 강도 높은 장시간 훈련, 정상적 학교생활 곤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고 이 축전에 중등부와 고등부를 참가하도록 하고, 초등부의 경우는 기존 소년체전 대신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2020년 상반기까지 체육계나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부터 가능한 종목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전북체육계 입장  

전북체육 뿐 아니라 전국적 차원의 체육계는 혁신위의 권고안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협회, 한국올림픽성화회,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대한체육회경기단체연합회 등은 혁신위의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에 대해 그 당위성과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제 체육현장의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인 주장이라 일축했다.

스포츠 현장은 각 종목에 따라 대회 개최나 운영, 지도자 처우, 팀 관리 및 운영, 훈련시간, 선수 구성, 선수들 학습 환경 등에서 특성적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혁신위의 2차 권고안은 모든 스포츠 종목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모든 스포츠종목의 특성과 환경은 같다는 일반적인 시각을 기준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오히려 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물론 혁신위가 목표하는 체육혁신에도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스포츠종목별 현장 의견이 반영된 현실적 정책수립 및 제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주중대회 금지, 특기자제도 수정, 운동부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재논의를 시작해 스포츠 현장의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수정 제안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혁신위 2차 권고안의 전면 재검토를 위한 ‘대한민국스포츠인들의 결의대회’ 및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전북의 상황은 더 절실하다.

소년체전이 사라질 경우 그나마 존속해온 전북체육의 뿌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전북체육계는 당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혁신위의 권고안에 따를 경우 초등 체육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육상이나 체조, 수영 등의 종목은 초등시절부터 시작해야 하는 조기육성종목 중 하나다.

배구나 탁구, 핸드볼 등 종목도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고 익혀야 하는 필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소년체전 대신 권역별 리그로 하게 되면 해당 학교 관심도 사라지게 되고, 이는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전문체육 대신 학교 스포츠클럽이 그 빈 공간을 메우면 된다는 사고방식도 아직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전북의 체육계 한 인사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스포츠클럽도 현재 3분의 1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국내 도입은 너무 빠르다.

자칫 이런 과도기에서 전문체육의 뿌리가 없어지고 자멸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의 영광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20년전 전문체육에 현재 우리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그 결과 한때 세계 4위 스포츠강국이었던 일본은 최근 들어 순위권에서 보이지 않게 됐다.

부랴부랴 일본은 선수촌 훈련제도 부활 등을 통해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집중 훈련에 나섰고, 연금제도 부활을 통해 전문체육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스포츠클럽 등의 선진 시스템을 무리하게 도입하다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 셈이다.

다시 전문체육으로 돌아온 일본은 2020년 열리는 됴코올림픽에서 과거 경기력 뿐 아니라 최강의 전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전철을 옆에서 지켜봤던 우리가 일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밟아야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특히 전북은 혁신위 권고안이 실행될 경우 초등부 팀 창단은커녕 기존 팀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굳이 팀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의 전문체육 뿌리는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유명무실한 채 운영될 것이란 우려다.

이런 초등부의 상황은 중등부에 그대로 이어지고 그 여파는 상위학교로 전파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강조했다.

또 혁신위 권고안은 체육인의 공감대와 목소리가 담기지 않음에도 안타까운 심정도 표현했다.

이 체육계 인사는 “변해야 한다는 것에는 우리도 공감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며, 대책 역시 너무 근시안적 방안이다”며 “체육계의 목소리를 듣는 세미나나 포럼 등을 진행하지도 않고 이처럼 밀고 나가는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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