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명창-안동춘박사
'판소리 인문학' 진행
수궁가 '고고천변' 대목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

용궁에 간 토끼는 암컷인가, 수컷인가? 용왕의 병은 왜 토끼 간으로만 치료되는가?

한글소설 별주부전이나 판소리 수궁가는 우리 곁에 흔히 들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이야기나 판소리를 들었을 뿐 이같은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다. 또 이에 대한 정답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에 대한 정답과 구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소영 명창과 안동춘 수의학박사가 함께하는 ‘판소리 인문학’은 상기 질문 외에도 ‘용왕은 어떤 병을 앓았나?’를 비롯해 ‘해부학 구조에 따른 수궁 벼슬’, ‘자라가 선택받은 이유’, ‘자라의 소원 성취 방법’, ‘우리가 배워야 할 토끼의 임기응변’, ‘해부학으로 본 용왕과 토끼의 논리 전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의학박사이자 아마추어 소리꾼인 안동춘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의 유머 넘친 해석과 함께 김소영 명창의 소리로 판소리 수궁가의 재미난 세계로 안내하는 이번 인문학 강좌는 지난 9일부터 9월 24일까지 김소영판소리전수관에서 매주 화요일 5시에 만날 수 있다. 

지난 16일 진행된 강좌는 자라가 토끼를 잡으러 뭍에 나가는 ‘고고천변’에 대한 구성진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졌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평생 토끼를 본 적 없는 자라가 어떻게 토끼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이승과 전생의 갖가지 경험을 겪은 전복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화가로 하여금 토끼 모습을 알려주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전복의 기억에 의해 탄생된 토끼의 모습은 두 눈은 동글동글하고, 두 귀는 쫑긋하게 서 있고, 허리는 미끈하게 길고 꼬리는 뭉뚝해 반달 속 토끼보다 더 잘 묘사한 그림이 나오게 된다.

이처럼 강의는 평소 무심코 들었던 수궁가의 대목 대목을 일목요연하게 풀어 이해하기 쉽게 진행됐으며, 특히 동초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도 제시했다.

안동춘 교수는 “별주부가 어머니와 헤어지는 장면을 보면 다른 유파의 소리는 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데 마누라의 모습이 강조된다”며 “하지만 동초제의 경우 부부의 정보다 군신의 충정을 더 깊게 여겨 약을 구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아내의 당부가 나온다. 동초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고 말했다.

또 안 교수는 판소리 원본과 함께 직접 해석한 해석본을 함께 만들어 한문 일색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노고도 잊지 않았다.

안 교수의 해설이 끝나면 김소영 명창이 직접 나서 해당 대목을 구슬지게 뽑아내며 강의의 완성도는 높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북도가 주최하고 전북문화관광재단 주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협력하는 문화예술인문 강좌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아는 만큼 보이는 예술’의 일환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단기문화예술 옴니버스 강좌로 일상 속 근거리 문화공간에서 교육기관에 구애없이 일회적으로 참여가능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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