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다.

인종, 종교, 연령, 성별,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이 1표의 선거권을 갖는다.

돈이 많다고, 권력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2표, 3표의 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1표이다.

1인 1표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전주시사회혁신센터와 생태교통시민행동 주최로 ‘도로 위 민주주의 학교’가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매주 목요일 5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도로 위 민주주의는 도로위에서 누구나 똑같이 동일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돈이 많다고, 권력이 있다고, 타인에 비해 2~3배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비정하게도 도로 위 민주주의는 철저히 파괴되어 있다.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여성 등 상대적으로 약하고, 돈 없고,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용할 면허증도 없고, 차를 사고 운영할 돈도 없고, 자동차를 운영할 운동신경도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돈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한다.

자동차는 도로의 대부분을 독차지 한다.

도로의 모든 시스템은 자동차 중심이다.

도로에서 차지하는 면적뿐만 아니라 신호등 체계, 운영시스템까지 모두 자동차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사망사고의 약 50%는 보행자이다.

도로 위 민주주의가 실현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보행자, 자전거, 버스, 자동차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인종, 종교, 연령, 성별,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구체적인 모습 중 하나가 버스전용차로제이다.

자가용은 대부분 1명이 이용하지만 버스는 2~30명이 이용한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동력이 좋은 자동차들이 느림보 버스 앞으로 불쑥 불쑥 끼어든다.

구체적인 모습 중 두 번째는 인도 중심의 도로디자인이다.

차도는 아스팔트로 매끈한데 왜 인도는 보도블록을 깔아서 울퉁불퉁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온갖 설치물은 왜 모두다 인도위에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화단도, 전기관리박스도, 전봇대도, 버스정류장도, 자전거 거치대도, 자동차 신호등도 모두 인도위에 설치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인도와 차도가 만나는 교차지점이다.

자동차가 멈추었다가 인도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멈추었다가 자동차 눈치를 보며 차도를 건너야 한다.

대로변은 이해하더라도 이면도로 진입부분까지 인도가 아니라 자동차 중심인 것은 비 민주주적이다.

인도와 차도가 만나는 지점은 차도가 아니라 인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보행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유모차 등의 이동권이 훨씬 향상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도로 위 민주주의가 불편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도로 위 민주주의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유용하다.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도로 위 자동차가 줄어들어 교통흐름이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운전을 할 수 없을 때 도로 위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를 이루는 것도 많은 노력과 희생이 따랐듯이 도로 위 민주주의도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위대하게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도로 위에서 모든 시민들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버스정책추진단장 엄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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