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전주시가 일제 잔재로 알려진 공무원의 직급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25일 간부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의 직급명칭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잔재인 만큼 명칭을 바꾸고 정비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직급명칭을 위한 법령개정을 건의하고, 내부에서만이라도 통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명칭을 변경하라”고 주문했다.

1950년 2월 제정된 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1~9급의 명칭을 관리관 이사관 부이사관 서기관 사무관 주사 주사보 서기 서기보로 칭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사관'과 '서기관'은 을사늑약 이후 일본의 강요에 의해 설치된 한국통감부와 총독부의 관직명이라는 것이다.

공식 문서상에서 사용되는 법령상 직급 명칭인 5급 사무관과 6급 주사, 8급 서기 등은 모두 일본의 관직명을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시는 김 시장의 주문에 따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등에 공무원 직급 명칭 변경을 위해 근거법령인 ‘공무원 임용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키로 했다.

동시에 공무원 직급의 명칭이 일제 잔재임을 널리 알리고, 일제 청산 차원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시는 법령 개정 이전까지 공식문서 등을 제외하고는 시 내부에서만이라도 기존의 명칭을 쓰지 않고 통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얼마전 전주시는 동산동의 새로운 이름을 ‘여의동’을 결정한 바 있다.

동산동은 일본 군국주의 전쟁 범죄 기업인 ‘미쓰비시’ 창업자의 호 ‘동산(東山)’에서 유래된 말이다.

늦게나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인 동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이름이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명칭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재 잔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 곁에 너무 가깝게 존재하고 너무 익숙해 져 그것이 일재의 잔재인줄도 모르는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김 시장의 공무원 직급명칭 변경 지시는 단순히 부르는 이름을 바꾸는 ‘작명’의 개념 그 이상이다.

바로 민족정신을 곧추 세우고, 우리의 잃어 버린 이름을 되찾고자하는 민족의식의 발로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