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독서노트 작성하며 완성한 구절들
50가지 주제 재치있고 신랄한 코멘트 담아

한국의 대표적인 다작 저술가 강준만 교수가 신작 ‘그 순간 그 문장이 떠올랐다’를 출간했다.

수십 년째 매일 2시간 이상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버릇을 가진 저자는 독서노트를 통해 긴요하거나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오면 정리를 하게 되고, 또 이를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활용하는 탁월한 인용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은 수십 년째 작성한 독서노트에서 골라 뽑은 일종의 명언 에세이다.

저자는 50가지 주제어를 선정해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 줄의 명언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많이 출간된 바 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해설을 곁들인 명언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다 명언의 뜻과 전후 맥락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게 실정이다.

이 책은 명언을 설명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자 특유의 재치 있고 신랄한 코멘트를 덧붙여 생각을 한발자국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명언해설이 아니라 명언을 통해 우리 삶과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한 저자의 의도인 셈이다.

때문에 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명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기만 하지 않고, 때론 거기에 반발하기도 하고, 비평하기도 하면서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깊이 따져본다.

예를 들어 저자는 존 던의 ‘그 누구도 섬은 아니다’를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그 누구도 섬이 아니라는 것은 당위의 선언일 뿐 현실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최악의 죄악은 민족이다’는 니코스 카잔스키의 말에 대해선 민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며 이런 이야기들은 좋은 점만 취하되 너무 빠져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한다.

즉 단순히 명언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이렇게 명언을 여러 방식으로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특징은 다루는 명언의 범위가 ‘간결, 단순, 압축’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세상과 사람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말‘로 넓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위인의 그럴 듯한 말만이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말이라면 모두 명언에 포함시킨다.

대중가요의 가사나, 누군가의 인터뷰에서도 명언을 찾아내고 있다.

예컨대 ‘돈은 준엄하다. 삶을 포기한 자가 아니면 어떻게 돈 무서운 줄 모르나’라는 김훈의 말은 다소 속되게 들리지만,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명언이다.

이처럼 저자는 ‘남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말할 것을 열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내 꿈이다’는 니체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 삶과 사회에 통찰을 한 줄의 명언에 기대어 전해보고자 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비평가이자 저술가로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달군 숱한 논쟁과 담론을 주도하며 200여 권의 책을 썼다.

최근 주요 저작으로 ‘소통의 무기’, ‘지방 식민지 독립 선언’,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바벨탑 공화국’, ‘평온의 기술’, ‘싸가지 없는 진보’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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