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주목받는 여성기업인 - 황수연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 황수연대표

'4남매 시골된장' 유기농 콩 고집
방송 후 법인설립-쇼핑몰 개설
미국-영국 등 해외시장 진출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안 좋은 재료를 쓸 수는 없죠. 정직함과 정성,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맛을 통해 15년 동안 차근차근 성장해 온 것 같아요. 이제는 그 맛을 해외시장에도 인정받고 싶습니다.”

전북 익산시 금마면에 자리 잡은 황수연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황수연).

이곳은 이미 온라인과 일반매장에서 ‘4남매 시골된장’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전통발효식품 생산업체다.

그 유명세를 증명하듯 공장 뒤편에는 900여 개의 항아리가 즐비, 그 안에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된장, 고추장 등 다양한 발효식품이 계절의 변화를 통해 제맛을 찾아 익어가고 있다.

그 맛에는 늘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움이 담겨 있다.

전통의 장맛을 기본으로, 소비자들의 식생활 트랜드에 맞춘 장을 개발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황수연 대표가 서 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전통식품을 만들거나 이를 사업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몸이 아픈 가족을 위해 공기가 좋은 시골마을로 내려오기로 결정하고, 음식으로 건강을 되찾겠다는 마음으로 넓은 터의 집을 구하면서 금마면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됐다.

이때 솜씨 좋은 친정어머니의 장맛을 배우면서 마당 한켠에 한두 개였던 항아리는 어느새 40개로 늘게 됐고, 4남매를 홀로 키우게 되면서 눈에 들어온 건 항아리 속의 3여 년 동안 숙성된 ‘된장’이었다.

황 대표는 “막내인 넷째가 당시 생후 4개월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뭐라도 했어야 했다”며 “우리 집 장을 맛본 지인들이 사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다. 그때는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은 고사하고 사회경험마저 전무했던 그는 오롯이 4남매를 위해 시작, 그렇다 보니 그 길이 남들보다 더욱 녹록지 않았다.

된장을 판매하는 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만큼 판로 개척의 어려움은 두말하면 잔소리, 6개월 넘게 매출이 0원인 적도 있었다고.

그러다 우연히 옥션을 통해 판매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제품사진을 올리는 노하우, 이미지 마케팅 등을 공부하면서 철저히 준비, 제품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첫 주문을 받게 됐다.

그때 고객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황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며 고생했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에게 고객은 고객 이상의 의미였다.

해서 집에서 재배한 돌미나리 등의 농산물과 손편지를 함께 배송, 지금의 ‘감성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그러다 2009년 한국방송 인간극장에 출연하게 되면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4남매 시골된장 브랜드가 전국구 명성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셈이다.

이를 통해 2010년 황수연전통식품 영농조합이란 법인을 설립하며 자체 쇼핑몰을 개설함은 물론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취득하면서 어느새 그도 어엿한 경영인으로 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친정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규모가 커지고 맛을 이어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고, 잠깐 손을 보태겠다고 내려온 부모님과 아직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황 대표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웃음으로 대신했다.

아마도 그가 지금까지 버텨온 두 번째 원동력인 셈이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방앗간을 운영해 왔기에 콩이나 고추 등 황수연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 선별과 맛을 책임지고 있다.

워낙 까다롭다 보니 아예 유기농 콩은 자체적으로 재배, 무엇보다 4남매를 걸고 만드는 만큼 오로지 국내산만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농업기술센터, 농업실용화재단 등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R&D나 지원사업을 꾸준히 활용, 현미, 마, 발아고추씨 등의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 기술력과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갔다.

또한, 1인 가구가 늘고, 생활 패턴이 변하는 만큼 시장조사를 거쳐 수개월 간의 시행착오 끝에 간편식 제품 개발·선보이면서 판로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처음에 워낙 맨땅에 헤딩을 했기 때문에 실패는 전혀 겁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는 경쟁력이 돼서 돌아왔다”며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데 늘 힘이 들고 실패하는 일도 많지만 이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실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국내 판로와 신제품 개발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침은 물론 3년이라는 시간동안 해외시장을 꾸준히 노크한 결과 현재 미국, 영국, 뉴질랜드, 러시아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던 것.

이를 시작으로 그는 국내 오프라인 판로 확대와 함께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현지 제품화에 성공해 해외시장 판로를 더욱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된 4남매 중 둘째가 일찌감치 그의 뒤를 이을 것을 선언하고 전공도 식품영양학과를 선택한 만큼 황 대표는 “내가 걸어온 길을 뒤 따라오겠다고 하니 어깨가 무겁더라. 엄마가 아닌 기업인으로 존경을 받고 싶다”며 “해서 지금보다 더 원칙을 고수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4남매 브랜드로 사랑을 받은 만큼 정직한 제품으로 보답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꼭 성장하겠다”면서 굳은 의지를 다졌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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