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의 신뢰 아쉽다
의료현장의 신뢰 아쉽다
  • 양경일
  • 승인 2019.08.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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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취객에게 폭행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 A (일요일 오후 10시 병원 응급실에서 수부외상으로 진료를 받다가) “입원하길 원해요.”

진료과장 (수부외상은 보통 평일 외래로 오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나중에 입원 안 한다고 다른 말하지 마세요?”

환자 A (술에 취해 다소 웃긴 말투로)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 안 허지.”

응급의학과장 (옆에서 다른 환자의 영상을 보던 중 웃음이 나서)" 피식~"

환자 A “너는 왜 웃냐. 내가 코미디언이냐?”

응급의학과장 “대화가 웃겨서 그랬어요. 혹시 술 드셨어요? 술 드시고 시비 걸지 마세요.”

환자 A (빈정대는 말투로) “그래, 술 좀 먹었다. 아~ 술 먹고 시비 걸어 미안하네요.”

응급의학과장 (사태를 수습하며) “아닙니다. 제가 웃어서 죄송해요.”

환자 A “이름이 뭐냐. 이름을 알려달라. 머리가 나쁘니 이름을 적어달라.”

응급의학과장 “000에요. 적어주긴 어렵고 그냥 외우세요.”

환자 A “아, 그래.” (잠시 뒤 환자 영상을 보던 이과장의 코와 입 부분을 주먹으로 때리며) 퍽~응급의학과장 (의자에서 바닥에 쓰러지며) “아악”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 발생 당일인 1일 오후 10시경.

술에 취한 환자 A씨가 단순 골절로 응급실을 내원했다.

담당 진료과장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A씨에게 다음날 외래로 병원을 다시 방문하라고 말했다.

이과정에서 술에 취한 A씨는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 안 한다" 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때 소리 없이 옆에서 피식 웃고 있던 응급의학과 의사를 향해 “내가 코미디언이냐”라며 시비를 걸었다는 것.

둘 간의 실랑이가 계속되었고, A씨가 갑자기 다가가 주먹으로 피해 의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A씨는 경찰이 도착한 이후에도 의사를 발로 걷어차는 등 “합의를 하지 않겠다. 깜빵(감옥)에 다녀와서 죽여버리겠다" 라는 식의 폭언을 계속했다.

피해 의사는 얼굴 부위를 폭행당해 뇌진탕, 코뼈 골절, 목뼈 염좌 및 치아골절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의료진 폭행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시 되면서 환자와 의사사이에서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드물지 않지만, 그곳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의료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 라는 말이 있다.

약효 성분이 전혀 없는 밀가루 알약만 처방해도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뜻하는데, 이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의료 현장의 신뢰 관계가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2014년 보건의료노동조합 조사를 보면 매년 의료인에 대한 폭언, 폭행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대 목동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이나 일부 개원의에 의한 환자 성추행 사건 등은 의료인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그래서 의료인에 대한 인성교육도 중요하고 실제 대다수의 의과 대학에서 교육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소설 동의보감의 한 구절이다.

"명의(名醫)의 조건은 의료 지식이 풍부한 지의(知醫), 의료 기술이 뛰어난 기의(奇醫), 그리고 환자를 진실로 긍휼히 여기는 심의(心醫)이나 그 중 심의가 가장 으뜸일 것이다."

실제 지금도 우리나라 대다수 의료인은 심의의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고, 환자들 역시 그런 의료인들을 신뢰하며 자신의 건강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좀먹게 하고 있어 이를 해결할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3차 의료기관 의사가 반나절 동안 화장실 한 번 갔다 올 시간도 촉박할 정도로 진료하지만, 환자들은 1시간 이상을 기다리며 3분 진료도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원 의사도 현재 의료보험진료 시스템하에서 환자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료하고 필요한 의료 처치나 투약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양경일 다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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