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슈퍼서 마시던 병맥주 문화
지역인사 모여 가맥축제조직위 구성
민간주도 2015년 가맥축제 첫 개최
첫회 관람인원 1만3천명 등 기대 이상
경진원 후방지원 시너지 발휘 급성장
2017년 지역소득유발효과 193억 기록
지난해 '전주가맥축제'로 재탄생
민간주도 한계 행정 보완 장점 극대화

타지역 맥주관련 축제 차별화 확실
전주가맥 정통성-문화 스토리 담겨
시민-가맥업체 자발적 참여 한몫
특별후원사 향토기업 '하이트진로'
오늘 생산된 맥주 마실수 있어 인기
지역 상생-공익 실현 축제 밑거름

오버투어리즘 부작용 해결책 시급
정체성 유지하되 프로그램 다양화
규모-예산 확대 전주시 협조 절실
상업화 변질 차단 공공성 강화로
전주가맥 이미지 제고 노력 필요

‘2019 전주가맥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소 하루의 고단함을 ‘가맥’으로 털어내지만 이날만큼은 오롯이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축제장을 찾은 넥타이 부대, 가맥축제를 통해 전주가맥 문화에 매료되며 전주지역 내 유명한 가맥 업체를 투어했다는 관광객,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당일 생산된 병맥주를 유일하게 마실 수 있어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젊은 층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전주가맥축제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축제 개막일이 목요일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첫날 축제장의 분위기는 뜨겁고 또 뜨거웠다.

지난해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어느 특정 연령층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데다 쌓여가는 횟수만큼 체계적이고 성숙해졌다는 도민과 관광객 다수의 평가가 이어졌다.

한때 2~3회를 넘기지 못하는 ‘반짝’ 축제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이제는 꼬리를 감추듯 어느새 5회를 맞이하며 급성장한 것이다.

그만큼 전주가맥이라는 콘텐츠가 기존의 축제와는 차별적이며 지역이 가진 문화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국구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이에 올해 5회를 맞아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는 전주가맥축제의 과거를 되짚어 보고, 짧은 시간 마니아층이 생길 만큼 축제가 가진 힘은 무엇이며 지역의 축제로 남지 않고 전국구 축제로 명성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전주가맥축제 올해 5회까지 오기까지=맛의 고장이자 유네스코 음식창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전주에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현재 축제를 통해 전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맥’ 역시 그중 하나다.

가맥이라는 명칭이, 가맥의 원조가 어디인지 정확하지가 않다.

구전을 통해 전해지는 만큼 이를 기억하는 이들의 기억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 사이에서 지금은 없어진 영광상회가 원조라는 게 정설이지만, 일부에서는 초원슈퍼를 꼽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1970년대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이들은 없으며, 원조지역이 전주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시절 동네 어귀의 슈퍼에서 마시던 병맥주 한 잔과 슈퍼주인이 내어주는 소소한 안주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맛의 고장답게 장맛이 더해지면서 지역민에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주문화로, 관광객에게는 전주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장소로까지 꼽히게 됐다.

특별한 홍보 없이 그저 지역의 소소한 문화가 시나브로 퍼지면서 관광객을 매료시키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면서 ‘가맥’이 가진 시대적인 전통과 문화를 널리 알리고 관광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자는 뜻이 하나둘 모이게 됐다.

또한, 당시 지역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지역적인 색체가 강한 독특하고 차별화된 축제의 필요성이 강조됨에도 부합한다는 중론에 따라 전주시내 유명 가맥집 대표와 이를 지지하는 16명의 지역인사들이 모여 ‘가맥축제조직위원회’를 구성, 지난 2015년 민간주도로 ‘가맥축제’가 탄생하게 됐다.

물론, 축제의 성공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터라 그저 축제에 담긴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자는 여론이었다.

하지만 그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관람인원(이틀간)이 1만3천명으로 집계, 지역생산 유발 효과와 지역부가가치 유발효과, 지역소득 유발효과는 각각 1억3천389만원, 4천866만원, 1천698만원으로 추정됐다.

단, 1회 만에 ‘가맥’이 축제로 승화되면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이는 이듬해에 더욱 명확히 했다.

특히, 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가 맡았던 축제 관련 업무를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으로 이관하면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시너지 효과를 창출,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시키기 위해 행정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무적인 부분일 뿐 철저히 민간 주도 축제로 진행, 결국 민간이 중심이 되고 행정에서 후방을 지원하면서 2016년에 이어, 2017년까지 단 3회 만에 가맥축제는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축제 기간이 3일로 하루 더 늘어난 데다 장소의 협소함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경기장 일대로 변경, 무엇보다 참여객이 2016년 3만명, 2017년 11만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축제 소요 예산 역시 2배 이상 늘었으며, 가맥축제 참여업체는 물론 후원사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등 지역의 응원을 받는 축제로 발돋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7년 지역생산 유발효과와 지역부가가치 유발효과, 지역소득 유발효과는 각각 193억5천768만원, 70억1천981만원, 24억5천597만원으로 추정되며, 취업유발 효과는 첫회 10.4명에서 3회 96.7명으로 약 9배가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민간주도의 한계점이 노출, 축제의 스토리 부족, 지속적인 축제로서의 고민 부족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가맥축제는 2018년 ‘전주가맥축제’로 새 옷을 갈아입었으며, 기존 조직위도 ‘가맥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근)’로 재정비했다.

가맥의 원조라 불리는 ‘전주’의 이미지와 역사성을 더욱 부각시킴은 물론 기존의 성과를 토대로 전국 축제로 안착하기 위해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문화산업과 접목시켜 나가기 위함이다.

여느 축제보다 짧은 시간에 축제의 콘텐츠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속적인 문화관광형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숨고르기와 청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지난해 축제, 즉 4회 가맥축제는 1~3회 동안의 성과를 재정비하고, 민간 주도의 축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며 이를 장점으로 승화하는 시간, 오롯이 전주가맥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축제로 치러졌다.

이런 숨 고르기 덕분에 현재 5회를 맞이한 2019년 전주가맥축제는 첫날부터 그 열기가 뜨겁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까지 더해진 만큼 아직 축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이근 위원장은 “전주가맥축제가 5회를 맞이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며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올해도 잘 마무리, 더욱 발전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반응 보이며 지역의 독특한 축제로 자리 잡은 이유=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전주가맥축제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며 스스로 관광콘텐츠로서의 가치와 잠재력을 증명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주가맥’이 가진 정통성과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주가맥축제가 부산이나 대구 등의 맥주 관련 축제와 차별화, 전국구 축제로 성장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주가맥축제의 상징인 맥주연못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도 전주가맥축제를 찾는 3명 중 1명은 외지인, 5명 중 2명은 참여경험이 있으며, 축제 프로그램 만족도가 7점 만점에 5.

12점으로 상당히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이유는 민간 주도의 축제라는 점이다.

추진위도 사회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인 데다 프로그램 등 세부안 구성을 위해 원탁회의, 시민서포터즈 등 시민 참여형을 지향하고 있는 것.

이에 여느 축제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쉽게 축제에 접목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또한, 가맥업체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식개선을 통해 축제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 역시 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마지막의 원동력은 1회 때부터 특별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다.

향토기업으로서 지역과 상생, 문화적 영역에서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1회 때부터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가맥이 주제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전주가맥축제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토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가 담긴 만큼 이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더욱 우세하다.

대구의 치맥 축제만 보더라도 주류생산 공장이 없음에도 한 주류사가 단독 공급을 하고 있는 만큼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게 가맥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오늘 생산된 맥주를 오늘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축제’라는 점이 축제의 큰 매력으로 작용, 이는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전주가맥축제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국구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 청사진 그리는 ‘전주가맥축제’=하지만 양·질적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더욱이 전국구 축제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더 이상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받을 수 없는 실정으로,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따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프로그램의 다양화, 특히 지역 문화예술인의 설 자리 확대 등 질적 성장,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5회까지 축제가 이어오면서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증명된 만큼 이제는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적인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시점인 것.

이를 위해서는 결국, 축제규모의 확대, 즉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특히, 축제에 대한 전주시의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가맥의 태동이 ‘전주’라는 점만으로도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기 때문.

해서 장소의 협소함을 함께 푸는 동시에 ‘전주가맥’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예산 등의 지원을 적극 고려, 대한민국 축제로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상업화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공공성을 더욱 강조해야 하는 분위기와 참여 가맥업체의 꾸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전주가맥의 브랜드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역의 역량과 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외에 일회성의 축제가 아닌 지속성을 갖고 지역상권과 파급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꾸준히 축제의 인지도를 높여야 하며, 지역민과 방문객이 축제 기간 이외에도 수시로 전주가맥을 즐길 수 있도록 가맥지도 제작이나 가맥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가맥문화에 대한 연구와 관련된 자료 수립을 통한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려, 축제의 품격을 높이고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 역시 전주가맥축제가 지속 성장 가능한 축제, 전국구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근 위원장은 “지역 축제로 머무는 게 아닌 우리나라의 대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이제는 고민에 머무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지역에서도 전주가맥축제가 전국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근 전주가맥축제추진위원장, 임동식 하이트진로 전주특판지점 차장, 김정두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지역협력팀장

# 전주가맥축제의 성공을 이끈 숨은 주역들

‘전주가맥축제’가 오늘의 명성을 이어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구슬땀이 필요했다.

전주가맥이 가진 매력을 축제로 승화시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일념으로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온 것이다.

축제의 숨은 주역으로, 이들 중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이는 바로 이근 전주가맥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2년 연속 위원장을 맡으며 축제를 성공리에 이끌고 있는 그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전주가맥이라는 문화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에 동참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맡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들었다”며 “하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고 앞으로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어느 자리에서든지 이에 힘을 보태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과 함께 또 다른 숨은 주역은, 전주가맥축제의 팔색조라 불리는 하이트진로 전주특판지점 임동식 차장이다.

하이트 맥주를 홍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다는 그는 “물론 홍보차원의 성격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기업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인 만큼 축제에 특별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향토기업으로서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축제의 양·질적 성장에 힘을 보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숨은 주역은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적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김정두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지역협력팀장이다, 그는 1~5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행정적인 부분을 담당, 구슬땀 흘리고 있다.

김 팀장은 “전주가맥축제는 지역의 문화가 만들어 낸 축제다. 이에 민간주도, 시민참여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향후에도 마찬가지다”며 “지역의 힘이 모여야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다. 행정에서는 그저 이를 뒷받침해 줄 뿐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맥지기, 가맥서포터즈 등이 있기에 전주가맥축제가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들과 앞으로도 힘을 모아 발전하는 전주가맥축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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