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건축계획이 장마영향으로 인해 연장되거나 변경되는 사례가 많다.

작년에는 여름 내내 우기처럼 비가 오더니 올해에는 간간이 태풍이 있지만 가뭄에 가까운 마른 장마인 것 같다.

한 나라의 기후, 특히 강수량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장마가 있는 우리나라의 날씨는 우리의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유럽여행을 가면 많은 건축물들이 돌로 지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에서는 나무로 건축을 한다.

그래서 2천 년 전 로마의 건축물은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은 전쟁 중 소실되어서 남아난 것이 별로 없다.

경주에 가도 석굴암, 첨성대, 탑 같은 돌로 만들어진 것만 진품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두 개의 문화가 다른 건축 양식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강수량의 차이이다.

동아시아는 몬순기후로서 집중호우가 있는 곳이다.

비가 적게 내리는 서늘한 기후인 유럽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기에 적당한 딱딱한 땅을 갖고 있다.

반면 집중호우가 있는 동아시아는 땅이 무르기 때문에 벽 전체를 기초로 하기 힘들다.

따라서 주춧돌을 놓는 스폿 기초를 사용해서 가벼운 나무 기둥을 써야 했다.

나무 기둥은 주춧돌 위에 올려서 나무 기둥뿌리가 빗물에 젖어 썩는 것을 방지하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집중호우 때 빗물 배수를 위해 급한 경사 지붕을 쓴다.

흙으로 만든 벽이 비에 씻겨 내려가지 못하게 처마를 길게 뽑은 것도 큰 특징이다.

이 처마의 공간에 툇마루를 놓으면서 우리의 건축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공간적인 특징을 가진다.

반면에 벽 중심의 유럽 건축은 공간이 벽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유럽 건축은 벽, 동양 건축은 지붕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건축의 대부분의 것들은 절반은 자연환경과 기술력, 건축 재료 등에 의해서 결정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유의 문화적 가치관이 합쳐져서 독특한 건축물을 만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인이 국경 없이 무역을 통해 손쉽게 먼 곳에서 생산되는 건축 자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층 건물의 경우에는 전 세계가 철골 아니면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는다.

결국에는 기후 외에는 모든 것이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건강한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그 이유는 생태계가 변화할 때 한가지로 통일된 체제는 변화에 실패했을 경우 전체의 멸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하나의 스타일로만 전체적으로 통일이 되어 간다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류가 한 번에 ‘훅’갈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가 모두 똑같은 서구식 현대인의 삶을 사는 것은 인류가 살아남는데 치명적인 것이다.

인류를 위해서 다양한 삶의 패턴과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건축 역시 지역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전주다운 건축은 기와집에 목조건축인지?과연 어떤 것이 전주다운 건축인지 고민하게 된다.

/라인 종합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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