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근로기준법에 ‘제6장의 2 직장 내 괴롭힘 금지’라는 부분이 신설됐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 이를 알게 된 누구나 신고를 할 수 있으며, 행위자에 대해 지체 없이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뒀다.

직장 내에서 사용자 내지 근로자 선임근로자들의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오랜 기간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으나 뚜렷한 대책이나 해결방안 없이 낮은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이 참고 삭이며 버텨 오거나, 심각한 경우 이를 못 참고 퇴사를 해 오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법 개정만으로도 매우 큰 사회적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애매한 표현과 기준들, 예를 들어 ‘근로자의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의 표현들로 인해 근로자 스스로가 당하고 있는 괴롭힘 중에서 어느 정도 까지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많은 근로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민원이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뒤늦게 내년까지 전국에 상담센터 8곳을 개설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워낙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들이 있을 것인데, 모든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구체성을 띌수록 그 포괄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규정된 기준을 교묘하게 벗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 이상의 구체성을 가진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기 또한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군법무관으로 근무할 때 이와 유사한 제도가 원활히 활용됐던 것을 경험해본 바 있다.

이미 군대 내에서는 엄격한 위계질서만큼이나 상관들의 부당한 지시 내지 괴롭힘으로 인해 후임들이 힘들어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그러한 부당한 행동들과 관련된 문제를 징계절차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군 내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가혹행위’, ‘직권남용’ 내지 ‘사적지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로 상관들의 괴롭힘 행위와 관련된 징계사유를 매우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안에 적용해 구체적인 사례들이 상당히 많이 쌓이게 됐고, 그러한 징계 사례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장병들에 대한 교육도 활발하게 하면서, ‘군대 내 괴롭힘’에 대한 징계 절차가 잘 정착되게 됐다.

이로 인해 군에서는 과거에 비해 ‘군대 내 괴롭힘’ 행위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대부분의 군인들이 ‘군대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적정한 기준을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일반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대부분의 국가기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위와 같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도가 잘 정착하기 위해선 정부와 일선 사업장의 사용자, 근로자들의 많은 노력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이미 축적된 유사 사례들을 적극 활용하고 홍보하며, 각 사업장에서 추가로 생성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해 ‘마치 법원의 판례와 같이’ 데이터를 축적해 일선 사업장에 안내를 해준다면, 많은 근로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금의 아쉬운 마음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웅주 변호사(드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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