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의 비극'··· 여인숙화재 3명 참변
'쪽방의 비극'··· 여인숙화재 3명 참변
  • 윤홍식
  • 승인 2019.08.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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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70~80대 장기투숙자
1972년 노후건물 1개월 12만원
소화기-단독경보기 무용지물
시신 훼손심해 신원파악 난항
19일 오전 4시께 전주시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추가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19일 오전 4시께 전주시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추가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새벽에 불이 나 노인 3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19일 오전 4시께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일어난 불은 건물 76㎡를 모두 태운 뒤 2시간 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객실 11곳 중 3곳에서 A(82·여)씨와 B(76·남)씨, 신원미상의 70∼80대 노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다.

이들의 시신은 서로 다른 3개의 방에서 각각 발견됐다.

목격자는 “새벽에 자는데 ‘펑’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가스통이 폭발한 줄 알고 밖으로 나와 보니 골목에 있는 여인숙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투숙객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여인숙에 지불하고 사는 장기투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생계급여 22만원을 포함해 매달 57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여인숙에서 관리를 맡아왔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며 “(숨진 투숙객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기서 사는 대부분이 먹고 살려고 한 푼이라도 벌어 보려고 했던 극빈층”이라며 “기구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달방에서 사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씁쓸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인숙은 1972년 지어진 건물로 매우 노후화 됐고, 화재 과정에서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시청 인근으로 총면적은 72.94㎡로 객실 11개로 구성됐다.

1972년에 사용 승인된 ‘목조-슬라브’ 구조로 방 한 개에 6.6㎡(약 2평)에 불과하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는 ‘쪽방 여인숙’이다.

여인숙의 1개월 숙박비용은 12만원 정도로 최근 10여명이 장기투숙하며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화재 당시 목격자들은 ‘펑’ 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 쓴 부탄가스 더미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나 대피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시간대인 이날 오전 4시께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객실 등에 있던 부탄가스통이 화재로 터지면서 폭발음이 크게 들린 것 같다”며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굴착기와 인명 구조견 등을 동원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한편, 김승수 시장은 19일 오후 여인숙 화재사고 관련 대책회의를 열어

첫째, 우선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장례가 잘 치러지도록 총력을 다하고

둘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복지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셋째, 근본적으로 여인숙 등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시설들에 대한 해소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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