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여인숙 화재사건

1972년 지어 47년된 노후 건물
달방 거주노인 3명 목숨 잃어
기초수급자 폐지주워 생계꾸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지적

19일 오전 4시께 전주시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잠자던 70~80대 남녀 노인 3명이 숨졌다.

이들은 여인숙에 장기간 살며 폐지·고철 등을 팔아 생계를 꾸려온 노인들이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자다가 (오전 4시 조금 넘어) ‘펑, 펑’ 소리가 크게 나 놀라서 (집 밖에) 나왔다”고 말했다.

전주완산소방서는 신고를 받고 즉각 현장에 도착, 2시간 만인 오전 6시 5분쯤 불길을 잡았지만 47년된 여인숙 건물(72.94㎡)이 모두 탔고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한 주민은 “(숨진 노인들은) 폐지를 주우러 다니며 어렵게 살았다. 그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인들의 신원은 김모(83.여)씨와 태모(76)씨, 손모(72.여)씨로 밝혀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굴착기 2대와 인명구조견 등을 이용해 건물 잔해를 뒤졌지만, 추가 희생자는 없었다.

숨진 노인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고물상 등에 내다 팔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

김씨는 40여 년 전 충남에서 전주로 넘어 와 여인숙 등에서 일했고 10여 년 전 원주인이 숨지자 유족 부탁으로 여인숙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4일 팔복동의 한 임대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으나, 이날 여인숙에서 자다 변을 당했다.

김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한 주민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김씨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생계급여 22만원과 주거급여 7만원, 기초연금 28만8천원 등 매달 58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씨는 3~4년 전부터 해당 여인숙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고 한 주민은 “할아버지(태씨)가 여인숙에 오면서 관리인 김씨도 폐지 줍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진안댁’으로 불렸으며 석 달 전쯤 여인숙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돌아가신 노인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며 “여기서 사는 대부분이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몸을 움직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여인숙은 지난 1972년 4월 지어졌다.

본채와 객실 11개로 이뤄졌다.

방 하나가 2평 (6.6㎡) 크기로 말 그대로 ‘쪽방’이다.

건물이 47년이나 돼 투숙객이 거의 끊긴 상태로 해당 여인숙은 숙박업으로 신고됐지만, 건축물관리대장에는 ‘주택’으로 돼 있다.

애초 숙박이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도심 외곽의 여인숙 상당수가 빈곤층의 주거지로 변모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에 따르면 숨진 노인들은 ‘달방’ 형태로 여인숙에 살았다.

달방은 여관 등에서 한 달치 숙박비를 내고 투숙하는 방을 말한다.

비슷한 형편의 한 여인숙 주인은 “오래된 여인숙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노동자들 등 사회 밑바닥 계층들이 사는 막장 역할을 한다. 하루 7천원씩 계산해서 한 달에 한 번 숙박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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