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증거인멸-도주우려 구속
화재발생시간대 자전거타고
지나간후 5분뒤 불길 치솟아
자전거 옮기고 감식현장 찾아

전주 여인숙 화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A씨(62)가 2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이원철기자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온 노인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주 여인숙 화재 사건의 방화 피의자가 구속됐다.

전주지법 영장전담 오명희 부장판사는 24일 경찰이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김모(62)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 불을 질러 투숙객 김모(83)씨와 태모(76)씨, 손모(72)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투숙객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매달 12만원을 내고 2평(6.6㎡) 남짓한 여인숙 방, 이른바 ‘달방’ 에서 숙식을 해결해오다 화마를 피하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초 경찰은 여인숙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이점이 없어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나, 불길이 두 군데에서 치솟았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단순화재가 아닌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영상자료를 토대로 심층 탐문한 결과 화재 발생 시간대에 김씨가 여인숙 앞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 것을 확인했다.

김씨가 골목을 빠져 나가고 5분 뒤 불길이 치솟았다는 점도 밝혀냈다.

경찰은 김씨의 동선을 분석해 그가 발화지점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자택 주변에서 잠복하다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김씨를 검거했다.

자신의 주거지가 아닌 곳에 자전거를 숨겼다가 화재 다음날 자전거를 다른 장소로 옮긴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김씨를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화재가 진압된 뒤 감식조사가 이뤄지고 있을 때 현장을 찾아온 영상도 확보했다.

김씨는 검거 이후부터 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묵비권을 행사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여인숙 앞 골목길은 자전거를 타고 1분 만에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김씨는 이곳에 5분 넘게 머물렀다”며 “피의자는 과거에도 방화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전주지방법원에 출석한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렸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각 여인숙 주변을 지나간 이유에 대해서도 “아는 여성을 만나러 갔던 것”이라며 범죄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김씨를 상대로 여인숙에 불을 지른 경위와 동기, 투숙객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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