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에서나 흔하게 쓰이고 있는 단어가 있다.

제로섬이다.

무슨 섬 이름이 아니다.

제로섬이란 스포츠 등에서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제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화시키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는 상태를 말할 때 쓰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로섬 게임을 자주 본다.

가깝게는 '무역'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부터 멀게는 2010년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민들 간의 격한 갈등까지 제로섬의 역사는 우리와 늘 함께 했다.

비단, 국내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모든 국제기후대책은 국익 극대화를 위한 국가 간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제로섬의 극단이 바로,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아니하고 끝장을 내려는 사생결단이다.

사생결단의 시대에서 우리는 서로 양보하고, 서로 희생하는 그야말로 상생의 정신은 찾을 수가 없게 되어 결국에는 모두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이 되려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사생결단의 전투장이 되었다.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고 그 중간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역에서는 혐오시설을 기피하거나 선호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사생결단의 투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중앙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승리를 독점하기 위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이 같은 갈등 내지 행태는 이해 당사자들이 `제로섬게임`에만 집착한 데 따른 것이다.

상대방이 이익을 얻는 대신 자신은 피해만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떤 상황이든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제로섬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만 주력해 결국은 모두를 불행 내지 어려움에 빠트리는 오류를 계속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계가 결국 0이 되는 제로섬을 넘어 합계가 더욱 커지는 플러스섬이 되려면 어떡해야 하는 것일까.

사생결단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함께 피해를 보더라도 함께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상생이란 단어는 듣기 좋고 바람직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지만 무엇이 상생이고, 어떻게 협력해야 하고, 어떤 공정성의 기준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중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은 서로 다투기보다는 힘을 모으고 도와서 서로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을 주목해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승자는 양보하고 패자는 인정해야 한다.

아니 그보다 승자, 패자라는 획일화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상생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지역에서는 그간 제로섬 게임의 대표적 사례였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과 공존의 길을 걷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와 소규모 소매단체인 전통시장 상인회가 상생 협약을 체결하여 지역 농․특산물 및 상인회 제품이 대형유통업체의 공급망을 활용해 판매하도록 하는 가 하면 전통시장 내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하는 상생매장을 만들어 상생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은 시장 상인회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모두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비닐봉지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전통시장에서도 대형마트의 장바구니를 연계해 장바구니 사용 확대를 위한 사업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승자와 패자로 보는 인식이 강했고, 대형마트가 잘되면 전통시장은 무조건 망한다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츰 열린 자세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승자로만 인식되었던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을 보듬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고, 패자로만 인식되던 전통시장도 대형마트를 반대만 하지 않고 전통시장의 어려움을 이해시키고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사생결단에서 상생결속의 시대로 욕심과 극단에서 벗어나 배려와 위로와 공생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생으로 결속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 마을을, 우리 전주를,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롭게 하는 일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완전한 승리와 패배가 없는 만큼 승리의 일부는 패배라는 양보로 채워지고, 패배의 일부는 승리라는 상생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파이를 승자독식이 아닌 승자와 패자가 함께 나눠 먹는 시대가 하루 빨리 도래해 보길 기대해 보며 펜을 놓는다.

/민선식 전주시복지환경국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