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2000억원의 예산으로는 공익형 직불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직불제는 직접지불금제도의 약칭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쌀직불제는 농가가 직면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을 완화해 소득과 경영이 안정될 수 있도록 목표 가격을 예시한 뒤 시장가격과의 차이를 국가재정에서 보전하는 제도다.

현재 경영이양직불제, 친환경농업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쌀소득보전직불제, FTA피해보전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논농업직불제, 밭직불제 등이 시행되고 있다.

현행 쌀 직불제는 쌀의 공급과잉을 심화하고 지급액이 대규모 쌀 농가에 편중됨으로써 쌀을 제외한 타 작물 재배 농가와 중농 이하 농가의 소득을 안정화하는데 한계를 노출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공익형 직불제’다.

지급 요건과 단가 등이 상이한 쌀, 밭, 조건불리직불 등을 하나의 직불제로 통합함으로써 작물 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소규모 농가에게 경영규모와 관계없이 일정금액(기본직불금)을 지급하고 경영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을 우대하는 것 등이 주 내용이다.

공익형 직불제 내년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0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도 농업직불금 예산을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 편성한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1조8000억원 정도를 제시했던 기존안에 비해 상당히 전향적인 금액이지만 필자가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서 3조5000억원 책정을 요구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3조5000억원은 2017년 지급된 논밭 직불금+소규모 자영농에게 지급할 최저 생계비를 고려해 책정했다.

2017년 지급된 논밭 직불금은 2조5000억원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3년간(2016~2018년) 쌀 고정직불제, 쌀 변동직불제, 밭농업 고정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친환경농업직불제 등의 예산으로 평균 2조2653억원을 편성했었다.

소규모 자영농에게 최저생계비(100만~120만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정이 제시한 2조2000억원은 국회 예산심의 단계에서 반드시 증액해야 마땅하다.

국회 농해수위 여야 간사는 공익형 직불제 전환을 위한 직불금 재정규모를 2조4000억~3조원 사이에서 결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예산을 절감하고 거시적 차원에서 나라살림의 짜임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예산당국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공익형 직불금 예산은 최소 2조5000억원 이상 상향조정돼야 한다.

아울러 공익형 직불제 도입은 기존의 변동직불제 폐지가 전제인 관계로 쌀값 안정화 장치 마련이 필수다.

쌀 수확기에 앞서 소비량을 토대로 적정 생산량을 산정한 뒤 초과생산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은 미뤄질 수 없다.

또한 ‘쌀값 최저가 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체 농가의 55.6%(2017년 기준)가 쌀 농사를 짓고 있는 현실과 지난해 농가소득 4200만원 달성에 쌀값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쌀값이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의 취지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민의 소득 안정과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경관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요구의 증대로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가 소득이 후퇴한다면 공익형 직불제는 무의미하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공익형 직불제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안전장치다.

공익형직불제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엔진이라면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브레이크다.

고성능 제어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고성능 차량은 움직이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이 주목하기 바란다.

/김종회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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