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주시 여의동을 방문했다.

㈜효성이 탄소섬유 전주공장에 1조 원을 투자한다는 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것이다.

효성과 전라북도, 전주시는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그 현장에서 탄소산업에 관한 대통령의 비전과 계획을 듣다 보니 지난 일들이 영화처럼 떠올랐다.

함박눈이 쏟아지던 2012년 2월 8일, 효성 내부의 반대 의견과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효성 탄소섬유 전주공장 착공식을 한 날이다.

전주 탄소산업단지의 첫 삽을 뜬 것이다.

그날의 기억은 ‘소름 돋는 감격’이었다.

함께한 이들의 뜨거워진 눈시울에 함박눈은 녹아 내렸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은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시장이 됐다. 65만 전주시민의 손으로 직접 이뤄낸 위대한 성과다”라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전북의 탄소산업은 한순간에 이뤄낸 것이 아니다.

준비하고 키워온 시간만 13년이다.

전주시는 2006년 산자부의 ‘핵심기능 기계부품·소재실용화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2008년에 ㈜효성과 ‘탄소섬유 공동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2010년 국제탄소연구소 개소에 이어 2011년에 세계 3번째로 범용탄소섬유(T-700)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탄소섬유 대량양산화 투자를 확정했고, 당시 송하진 시장은 공동연구개발 협약에서 “생산공장은 무조건 전주에 건립해야 한다”는 조건을 관철했다.

2013년에 드디어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 ‘탠섬(TANSOME)’을 출시했다.

2016년 ‘탄소소재 융복합 기술개발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효성도 2018년 6월, ‘효성첨단소재㈜’를 만들어 1조 원대 투자계획을 공식화했다.

투자가 완료되면 단일규모 세계 최대 탄소섬유 생산공장이 전주에 완성된다.

필자는 2013년 12월, (재)한국탄소융합기술원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탄소섬유 전주공장의 필요성을 밤낮으로 설득하는 등 탄소산업 전주유치를 위한 적극적 활동”에 대한 공로패였다.

그러나 정작 공로패를 받을 사람은 이름 모를 전주시민들이었다.

2012년 전주 탄소산업단지 조성계획이 토지 보상 문제로 차질을 빚자 “기업 유치에 보태 달라”는 익명의 기부자가 2,013만 원을 보내왔다.

이후에도 현금 6,000만 원뿐 아니라 조경수 110주까지 시민들의 기부가 이어졌다.

이렇게 시민들의 기부가 잇따르자 ‘탄소섬유 공장’ 유치가 전주시의 미래를 위한 대의가 되었고, 토지주와의 갈등은 수그러졌다.

그렇게 전주 탄소섬유 공장은 완공되었다.

일반적으로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에 공장을 둔 대기업은 지역경제와 따로 논다.

처음부터 ‘지역의 미래’와 상관없이 공장유치 조건과 입지조건 등이 유리한 곳에 자리 잡았을 뿐이다.

내발적 발전론의 권위자인 박진도 교수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자본이나 정부의 지원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그들에게 지역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체적 계획에 의해 외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즉효약은 없으므로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가 원천 기술 혹은 기업의 성장 동력에 대한 주도권을 확고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효성의 1조 원 투자는 13년간의 준비와 참여한 시민의 힘으로 그렇게 현실화되었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조지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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