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104.23 기록
전년동월比 0.2% 소폭하락
축산물 2.3%-수산물 0.2%↓
저물가 현상 장기화 조짐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D(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안정적인 기상여건과 유류세 인하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0%대를 유지하던 물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저물가현상은 심화되는 데다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호남지방통계청 전주사무소가 발표한 ‘2019년 8월 전북지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23으로 전년동월보다 0.2% 소폭 하락했다.

올해 들어 0%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으로, 이는 지난 201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는 0.0%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져보면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전북지역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저물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내 소비자물가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우선, 농·축·수산물의 경우 농산물이 눈에 띄게 하락한 데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소폭 하락하면서 전년동월보다 6.7% 하락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농산물의 경우 배추(-37.8%), 무(-53.2%), 마늘(-21.6%), 고구마(-19.6%) 등 채소류가 1년 전보다 무려 15.7%가량 하락한 데다 수박(-32.6%), 참외(-23.3%), 복숭아(-19.3%), 포도(-7.4%) 등의 과실류(-13.2%)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수요량이 증가했음에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태풍 피해가 거의 없고 폭염 일수도 짧아 채소와 과일의 출하량이 안정세를 이어감에 따른 것.

축산물과 수산물 역시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전년동월대비 각각 2.3%, 0.2% 하락하며 저물가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상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업제품의 경우 유류세 인하 효과로 인해 휘발유(-8.1%), 경유(-4.9%) 등 석유류와 남자·여자학생복(각각 –100.0%), 아동복(-2.0%) 등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상승률(-0.8%)을 기록했다.서비스는 개인서비스가 오르면서 1.3% 상승했지만 집세와 공공서비스가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상승폭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소비자물가의 가중치가 가장 큰 서비스가 오르긴 했지만 소폭인 반면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의 하락폭은 눈에 띄게 커지면서 47개월 만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저물가 현상이 점점 심화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위축된 대내외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지난여름보다 나아진 기상여건과 유류세 인하, 부동산 정책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나 소비자들의 표정은 심각, ‘D 공포’의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돼 고용은 물론 가계의 소비가 줄고, 이는 또다시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와 경제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 “현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하지만 저물가는 경기둔화를 가속화하는 만큼 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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