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닮은 인간 모습-다양한 먹거리로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노후 그려보다

고하 최승범의 단시조집 ‘행복한 노후’가 발간됐다.

토종 장맛 같은 이 시편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시조집은 자연과 닮은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며 자연을 통해 윤기를 얻어가는 우리의 정서도 느낄 수 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인은 아등바등 살았던 지난날보다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노후를 노래한다.

‘시인 김석규의/ 시행이 눈을 끈다/ 여름의 나무 그늘은 바둑판이다/ 해 저물 때까지 도끼자루 썩는다/ 그렇군/ 내일도 오늘이면 그래/ 행복한 날/ 이겠네’(행복한 오후) 여름날 나무 그늘은 바둑판 못지 않은 행복한 공간이다.

해가 저물때까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휴식을 취하기 일쑤다.

내일도 오늘과 같다면 금상첨화다.

이것보다 더 행복한 오후가 어디 있겠는가.

행복한 노후를 바라보면서도 지난 날 살아왔던 인생을 반추하기도 한다.

시 ‘후회’가 그렇다.

‘되짚어 보는 길/ 그런 일 있었지/ 철딱서니 없던/ 그런 때도 아니었는데/ 이제금/ 돌이켜보면/ 낯 뜨거운/ 꼴이었어.

어디 시인뿐이겠는가.

한 평생 살아오면서 인간은 누구나 후회하고 반성하기 마련이다.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하면서 후회하지만 이제야 깨달음에 대해 오히려 다행스럽다.

시인의 시를 곱씹으며 곁에 두는 이유다.

시인은 예로부터 풍미를 함께했다.

일부러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녔고, 음식맛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탓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번 시집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먹을거리가 소재로 등장한다.

날름날름 따먹으며 고뿔도 간곳 없을 정도의 오디가 등장하고, 맨 입으로 먹어도, 볶아 먹어도, 맥주 안주 삼아도 망신 살 일 없는 전라도 꼴뚜기도 만날 수 있다.

또 춘향골 남원의 김부각 맛은 바사삭 소리맛도 즐거우며, 밥 한 공기 거뜬하게 비우는 푹 삭은 어리굴젓 맛은 혀에 감긴다고 표현한다.

정공량 시인은 “21세기 문명의 그늘에 살면서 우리 인생도 자연처럼 닮고 영원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로 서게 하는 것은 항상 자연이 우리에게 사시사철 침묵의 말을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며 “몸소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자연을 닮으려는 고하 선생의 깊게 우러난 장맛 같은 시편들을 만나게 되면 마음의 힐링을 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하 최승범 시인은 “출판사의 호의로 단시조집 한 권 추스르게 돼 기쁘다”며 “초중종장을 준수하되 특히 종장은 3.5.4.3에 별 무리가 없도로 했다. 이른바 평.엇.사슬에서 평시조만 취택한 셈이다. 출판사 우의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1931년 남원 출생으로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난 앞에서’, ‘천지에서’, ‘자연의 독백’, ‘대나무에게’ 등 다수가 있으며 수필집 ‘한국수필문학연구’, ‘한국을 대표하는 빛깔’, ‘선악이 모두 나의 스승’, ‘남원의 향기’ 등 다수가 있다.

2019년 신작으로 ‘팔팔의 노래’가 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만해문예대상, 김현승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고하문학관 관장, 전북대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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