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씨 백제연화문화당
고려시대 청기와-고구려
연화무늬수막새 등 55점
한옥역사박물관서 전시

30년 넘게 기와를 수집하며 화제의 인물이 됐던 김성호씨의 작은 소망이 이뤄졌다.

한옥마을 한옥역사박물관에서 자신의 소중한 소장품이 공개되며 일반인들을 위한 작은 전시가 마련된 것이다.

김성호씨의 기와가 세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올해 초 1월경이다.

30년 동안 수집했던 500여점의 기와를 공개하며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30년 전 금산사를 등산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기와를 접하면서 수집에 나섰다.

통일신라 문양이 새겨진 소중한 기와가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니는 것에 내심 놀란 것이다.

이후 폐사 등 사찰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와수집에 나섰다.

원형은 아니지만 깨진 조각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전국 골동상을 돌게 됐고,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본격 수집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 경매사이트엔 일제 강점기 때 수탈당한 기와가 매물로 나오게 됐고, 이럴 때마다 빚을 내서라도 품에 안아야 했다.

이렇게 모은 기와는 약 500여점이며 당장 전시가 가능한 온전한 것은 360여점에 달한다.

소장품 중에는 문화재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익산 왕궁리 왕궁터 근처에서 발견된 백제 연화문화당을 비롯해 전남 강진이나 전북 부여에서 개성으로 이동된 고려시대 청기와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청기와는 고려청자와 달리 매우 드문 것으로 고려 시대 화려함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다.

평양에서 10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시대 연와무늬수막새를 비롯해 한나라 시절 와당인 중국 기와도 수집목록에 들어가 있다.

김성호씨는 기와 수집 뿐 아니라 관련 학회에 가입하면서 세미나, 학술대회에 참가해 관련 지식을 쌓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기와 관련 책을 섭렵하며 평생토록 기와와 함께 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도 생겼다.

문화재를 불법 거래한다는 의심을 받게 돼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경험하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 문화재 불법 취득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고, 전주박물관 학예사가 진품이라는 검증까지 해줘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기와를 공개하는 지난 1월 김성호씨는 작은 소원을 밝혔다.

소중한 기와를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마련이었다.

개인적인 재력으로는 불가해 관련 기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그의 소원 중 일부를 해결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전시장엔 한옥마을비빔공동체 이세중 회장을 비롯해 전주시의회 이병도, 김윤철 의원 그리고 전주시 관계자들이 찾아 전시에 박수를 보냈다.

한옥마을비빔공동체 이세중 회장은 “그동안 소장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드디어 소장품이 빛을 보는 날이 옸다”며 “한옥마을에 이것보다 어울리는 전시가 어디 있겠는가. 전시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전주시의회 김윤철 의원은 “기와는 단순히 집을 짓고 지붕에 얹는 것이 아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그 시대 문명을 알 수 있는 척도다. 특히 한옥과 기와는 뗄 수 없는 관계로 한옥마을에 무척이나 적합하다”며 “기와에는 생명존중의 정신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전주시의회와 전주시청 로비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성호씨는 “30년 전 기와를 접하고 이렇게 귀한 것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지금도 기와만 보면 즐겁다.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는데 미치니까 즐거운 것이다. 혼자 보기 아까운 기와를 시민과 관광객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옥에 깃든 아름다움, 기와’란 주제로 총55점을 10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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