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손수레 사과-배 등 가득
장보러 나온 사람들 '북적'
매곡교-전주서천로 일대 노점
주차장 방불 상인들 함박웃음

추석을 사흘 앞둔 10일 전주 남부시장 전주천 둔치를 따라 길게 늘어선 도깨비 시장이 명절 각종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이원철기자
추석을 사흘 앞둔 10일 전주 남부시장 전주천 둔치를 따라 길게 늘어선 도깨비 시장이 명절 각종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이원철기자

“얼마 만에 시장에 활기가 도는 건지 모르겠어요. 예년 같지는 않아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전통시장을 찾아오니 흥이 납니다. 역시 명절은 명절인가 보네요.”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10일 오전 10시, 전주남부시장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하다.

언제 태풍이 왔냐는 듯 맑은 하늘 아래 한가위 준비에 나선 사람들로 활기가 돌고 있는 것.

예전 보다 북적임이 잦아들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가 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 추석’이라 과실이 제대로 익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에 불과, 무르익은 햇사과와 햇배, 햇감 등 오곡백과가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여름 내내 셔터가 내려져 있었던 천변의 소형 점포 대부분도 문을 열고 저마다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격을 묻는 손님을 응대하면서도 손은 채소를 다듬거나 마늘, 생강 등을 까느라 한시도 놀리지 않았다.

손수레에 잔뜩 사과를 싣고 나온 한 상인도 안 사도 좋으니 맛이나 보라면서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저마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기가 싸다’, ‘덤으로 많이 줄게 일단 와봐라’고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쳐 보였다.

마수걸이를 제대로 했다는 송이상회 주인은 “올 추석이 일찍 찾아온 가운데 태풍과 어제까지 내린 비로 ‘오늘도 손님이 없겠구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며 “오늘은 날이 좋아서 그런지 아침 일찍부터 추석 준비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장사할 맛이 난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인근에서 두부, 콩나물, 숙주 등을 파는 ‘노고단식품’은 연일 밀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에 잠깐이지만 사람들끼리 뒤엉켜 옴짝달싹 못 하는 풍경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해질수록 명절 준비를 하러 온 사람들도 점점 늘었다.

 매곡교와 전주천서로 일대는 명절을 맞아 일시적으로 들어선 노점상으로 즐비, 도로 일부 구간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옹기종기 자리를 잡은 노점상 곳곳에서는 구수한 흥정이 연일 끊이지 않았다.

가격을 깎으려는 손님과 넉살 좋게 되받아치는 상인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이 맛에 전통시장에 오는구나’ 싶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추석 장을 보러 왔다는 정은주(31) 씨는 “시어머니를 따라 처음으로 왔는데 단골이라고 이것저것 덤으로 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불편하기는 해도 덤과 정이 있어서 오길 잘했구나 싶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대부분 경기나 명절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아 매출이 크게 신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흥이 넘쳤다.

시장 곳곳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술렁거림이 가득했다.

미향이네 생선집 주인은 “한동안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됐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추석이 더욱 반갑다”며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는 게 정말 좋다. 명절까지 며칠 더 남았으니 더 많은 사람이 오지 않겠느냐”면서 기대감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제수품을 사러 왔다가 손자 손녀에게 선물할 한복을 고르고 있다는 임지숙(64) 씨는 “너무 고와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 손녀에게 입히면 예쁠 것 같다”며 “사실, 대형마트가 장보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전통시장에 오면 정도 있고 명절 기분이 나서 명절만큼은 꼭 전통시장에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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