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에서 나와 국립무형유산원과 한옥마을을 잇는 오목교를 넘어 바로 보이는 완판본문화관과 한벽문화관을 지나 향교길 그리고 은행로길로 천천히 한옥마을을 돌아보았다. 은행로길을 따라 가다 공예품전시관 둘러보고 부채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을 지나니, 왠지 다른 문화시설을 둘러보고 싶은 생각에 시설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2000년도 초반 전주한옥마을에 전통문화센터(현.한벽문화관), 한옥생활체험관, 공예품전시관, 술박물관, 최명희문화관이 문을 열고 이후 부채문화관, 소리문화관, 완판본문화관이 뒤를 이었고, 숙박시설로는 삼도헌과 청명헌이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시설이 현재까지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채문화관과 소리문화관, 완판본문화관은 당초 전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다가 민간위탁으로 전환하여 운영되고 있다. 반면에 한벽문화관과 공예품전시관은 현재 전주문화재단과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 문화시설은 한옥마을을 조성하는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으며, 지역의 문화생산자들에게는 다양한 문화적 실험을 할 수 있는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문화시설 간 ‘문고리’라는 모임은 시설 간 협력체계가 되었으며, 각 시설별 행사를 공유하고 공동행사도 함께 추진하기도 하였다. 특히, 한옥마을 문화시설 스탬프 릴레이는 당시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옥마을을 고루 관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콘텐츠로 자리하기도 하였다.

한옥마을에서 열렸던 비빔밥축제나 한지문화축제 등 전주의 대표 축제와 함께 각 시설에서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그들 스스로 소규모의 공연과 행사들을 기획하여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공연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들도 적은 출연료에도 관객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한옥마을에서의 활동을 즐겼으며, 특히 공예품전시관에서는 매월 1회씩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열렸고 한옥생활체험관에서는 마임축제, 산조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또한 술박물관에서는 술 빚는 강좌를 통해 우리 전통주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각 문화시설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한옥마을의 초창기 방문객이 그리 만치 않은 시기에 문화시설에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문화적 실험을 지속하였으며 이는 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행위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소통의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를 힘든 줄 모르고 행했던 당시 근무자들은 나름의 자부심과 청년의 열정을 안고 활동하였으며 향후 이들 중 여럿은 문화관련 기관에서 근무하거나 문화기획자가 되어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못한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 한옥마을이 전국적인 관광지로 우뚝 서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의 헌신적 노력이었다. 박봉에 휴일에도 쉬지 못한 채 열심히 일만 해 왔다. 누구에게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을 아니지만 이들의 헌신적 노력에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 어느덧 한옥마을 문화시설 민간위탁 만료 시점이 되돌아온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전주시는 내년부터 민간위탁 관련 방법을 대폭 손을 본다고 한다. 좋은 방향, 개선된 방향으로 민간위탁이 진행되는 것에는 쌍수 들어 환영하지만 자칫 그런 기류 속에 이들의 자리가 또다시 위협받는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옥마을에 깃든 이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때다.
 
/이영욱 한국전통문화전당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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